얼마 전 ‘카트만두 포스트’는 이웃 나라 여성들이 당하는 잔인한 인권침해 사례를 기사로 다뤘다. 한 남성은 자신의 허락없이 외출한 아내를 ‘창녀’라고 비난하면서 아내의 코를 베어버렸다. 남편은 몇 개월 감옥살이를 하고 출소해서는 아내와 이혼했다. 그 나라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코를 자르는 악행이 매년 200건 이상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여성의 코가 수난을 당하는 이유는 코가 체면과 위신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체면을 손상시키는 자녀에게 부모는 “너 때문에 밖에서 코를 들고다닐 수가 없다”라면서 자녀를 나무란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경우에 “차마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 11월 29일은 ‘여성인권수호자의 날’이었다. 신문은 이날 ‘라다 말라(Radha Malla)’라는 여성을 네팔의 여성인권수호자로 소개하면서 여성 인권 침해 사례로 ‘차우뻐디’를 기사로 다뤘다. 말라는 한 여성지원 단체의 대표로서 네팔의 미신적 악습인 차우뻐디를 근절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차우뻐디는 생리기간이나 출산 후의 여성을 부정하다는 이유로 집밖으로 내몰아서 헛간이나 마구간에서 지내게 하는 네팔의 오래된 관습이다. 사람들은 생리 중인 여성들은 부정하고 불결하기 때문이 이들이 집안의 같은 공간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거의 종교적 신앙 수준이어서 바뀌지가 않는다. 말라는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차우뻐디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여성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지만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바꾸지는 못한다.

교육받은 지식인들은 차우뻐디가 분명 잘못된 미신적 관습이며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마지’는 간호조무사로서 차우뻐디가 얼마나 잔인하고 위험하며 여성차별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말라와 마지도 생리 중에는 집안 어른들에 의해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헛간으로 내몰린다. 이를 어기면 이웃의 미움과 따돌림을 당하고 심지어 마을에서 추방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신은 때로 과학적 지식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력과 힘을 발휘한다.

네팔 중부지역과 극서부에서 차우뻐디는 더욱 철저히 지켜진다. 많은 여성들이 차우뻐디를 지키느라고 헛간과 마구간에서 지내다가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뱀에게 물리고 또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 산모들이 출산 후 따뜻하고 청결한 방에서 제대로 된 음식 섭취를 못하고 겨울에 춥고 불결한 마구간에서 지내다가 산후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정부는 2006년 5월에 차우뻐디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서 지역 행정관으로 하여금 관리 감독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이런 국가기관의 지시도 이 오래된 관행 앞에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네팔 정부가 차우뻐디를 근절시킬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 차우뻐디를 강행할 경우, 가장에게 벌금이나 구속 같은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네팔 정부는 왕정붕괴 후 헌법 개정도 아직 못하고 있다. 카스트나 차우뻐디 같은 오래된 관행을 법으로는 금하지만 실생활에서 근절시키는 데는 역부족인 것 같다.

여성들은 여전히 생리 때마다 생리통과 함께 이 오래된 관습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당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헛간에서건 마구간에서건 며칠 고생하다가 살아남는다. 그러나 뱀에게 물려죽거나 산후 합병증으로 희생되는 여성들이 너무도 불쌍하다. 어른들이 이것을 죽은 이들의 운명이라면서 이 악습을 계속한다면 신생아와 남은 자녀들이 참으로 측은하고 안쓰럽다.

〈파탄의대 객원 교수·전남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