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롯데마트 수완점에 있는 어린이 소극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냥팔이 소녀 뮤지컬을 보았다. 아이들에게 따로 사교육은 시키지 않지만 틈나는 대로 어린이 뮤지컬을 보여주기 위해 소극장을 찾고 있다. 옷 수선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아빠와 할머니가 있는 소녀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응급사고로 돌아가시고 홀로 되신 아빠는 먼저 간 할머니와 엄마를 그리워하며 일은 하지 않고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 땔감도 떨어지고 먹을 것도 떨어진 소녀는 견디다 못해 성냥을 팔러 나간다. 성냥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노력하지만 온갖 멸시를 당한다. 담벼락에 앉아 성냥을 하나씩 하나씩 켤 때 따뜻한 난로, 맛있는 케이크, 사랑하는 엄마, 할머니 등 소녀가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들이 보이다가 사라지고는 소녀는 하늘나라로 가고, 마침내 싸늘한 주검으로 남는다.

필자의 시선을 잡은 소녀의 대사 중 이런 것이 있었다. “성냥사세요. 성냥사세요” 외치는 소녀를 보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 소녀 아빠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기에 애를 추운데 성냥팔이를 시키는 거야” 손가락질을 했다. 그때 소녀는 ‘아 내가 성냥팔이를 하니까 아빠에게 욕을 먹이는구나. 아빠에게 미안해서 어떡하지’ 하면서 오히려 아빠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런 딸의 속도 모르는 아빠는 술만 찾다가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딸에게 달려왔지만, 이미 딸은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남자가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이 일상이라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로 남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빚도 물려주어서는 안 되고, 상처도 주어서도 안 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의지로 태어난 것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느냐로 부모가 평가받는다. 최근 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보면 무능한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딸이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시댁에 속이고 결혼을 하고서는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딸들에게 좋은 아빠로 남기 위해 실천해야 할 일 몇 가지 정리해 나 자신에게 스스로 다짐해 본다.

우선 첫째, 경제적으로 안정화를 이루고, 절대 자식들에게 빚은 물려주지 말자. 둘째, 보험도 충분히 들어서 위기 상황이 왔을 때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하자. 셋째,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관리를 잘해서 오래 살아 딸이 결혼할 때 아빠 없이 식장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자. 넷째,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다정한 말로 따뜻한 분이기를 만들어 간다. 다섯째,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아빠가 되기 위해 성실하게 살아간다. 여섯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경험하게 한다. 일곱째, 집안 살림살이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사를 분담해 애들에게 남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여덟째, 좋아하는 캔커피 값을 절약하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사준다. 당장 떠오르는 몇 가지를 꾸준히 실천해 간다면 적어도 나는 성냥팔이 소녀의 아빠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문화사업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