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통은 많은 수의 중년 여성들이 겪는 말 못할 고민이다. 실제로 유방과 관련해 외래 진료를 받는 여성이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증상이기도 하다. 유방통의 정도와 양상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인 관심사는 혹시 이러한 증상이 유방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유방암의 유일한 증상으로 유방통이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의 약 5% 정도일 뿐이다. 즉 유방암 이외의 원인으로 생긴 통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유방통이 공격적이고 예민하고 성급한 여자들에게서 잘 생기는 정신 신경 증세라고 간주됐으나, 최근에는 신체 내의 여성 호르몬 변화에 따른 유방조직의 과민반응으로 이해되고 있다.

유방통이 있을 때 유방암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기보다는 의료기관에서 유방암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 유방통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가 된다. 실제로 유방 통증이 유방암에 의해 생긴 증상이 아니라는 의사의 확인을 받은 후에는 대부분 증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유방통은 월경주기에 따라 나타나는 주기적인 유방통과 비주기적인 유방통으로 나뉜다. 주기적인 유방통은 유방의 무거운 느낌, 충만감 또는 압통 등 여러 정도의 불편감이 월경이 시작되기 수일전부터 발생해 월경이 끝나면서 소실되는 현상으로 대부분 정상적 체내 호르몬의 생리적 변화가 원인이다. 실제로 유방의 질병과 관련된 경우는 비주기적 유방통이 대부분이며, 이는 월경주기와 무관하게 발생한 통증으로 주기적 유방통에 비해 통증의 기간이 짧지만 지속적이며 통증부위는 비교적 명확하게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나타난다. 비주기적 유방통의 경우 정상적 호르몬 변화보다는 해부학적 원인으로 통증을 유발시키는 경우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병적인 원인이 없는 유방통은 대부분 여성호르몬계의 교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에 의하면 조절되지 않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카페인 함유 식음료, 담배, 과도한 동물성 지방(포화지방산)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료 목적으로 복용중인 약물에 의한 영향도 살펴 보아야 한다.

피임약, 폐경 여성의 호르몬 대체 요법 등에 사용되는 호르몬 관련제제, 우울증 약제, 특정한 고혈압 치료제나 천식 치료제, 위 궤양 치료제, 한약 등도 유방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통의 80∼90%는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노력만으로도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이 호전되고, 나머지 10% 정도만이 치료를 필요로 한다. 유방통의 정도가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될 경우 통증 그 자체만으로도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소염진통제나 달맞이꽃 종자유 성분, 여성호르몬 억제 관련 약물 등이 통증 조절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유방통증은 남성은 짐작할 수 없는, 여성만이 겪는 고통이다. 하지만 직장과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남성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여성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유방통이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유방통을 유방암이 보내는 적신호뿐 아니라 오히려 직장, 가정에서의 인간 관계 그리고 생활 습관이 보내는 적신호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로병원 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