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4%의 투표율과 92%의 지지율.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광주의 지표이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93.2%의 지지를 보여준 후, 다시는 90%대의 지지율이 출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광주는 분명 뭔가를 확실하게 보여줬지만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다. 그 결과로 후폭풍이 심각하다. 집단적인 상실감과 허탈감에 빠져 있다.

18대 대선 전망 정치 및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을 유례없는 초박빙의 승부로 예상했다.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과 유권자 수의 불리함이 많은 사람들을 투표소로 달려가게 했다. 문재인 후보는 “광주, 호남에서 깜짝 놀랄 정도의 지지를 해주셨는데 뜻을 이루지 못해 호남 분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광주를 보는 시각도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광주야 미안해”라며 “광주의 ‘5월’을 안다면 투표율과 득표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문 후보의 92% 지지율은 경악 그 자체”라며 비난한 사람도 다수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무엇보다 광주는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어떤 지역민이 90%의 힘을 결집할 수 있겠는가? 광주는 할 수 있다. 이제 그 에너지를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문화 부문에서 발휘한다면 금상첨화이다. 광주는 문화수도를 표방한 지 오래다.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는 아시아 문화전당을 2014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광주가 과연 문화수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을까? 많은 지자체가 ‘문화도시’ ‘창조도시’ 등 문화를 소재로 브랜드화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주는 ‘역사 문화 도시’, 전주는 ‘전통 문화 도시’, 부여 공주는 ‘역사 문화 도시’를 내걸고 있다. 그동안 ‘산업 수도’를 추구했던 울산시도 문화 부분에 대한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2010년부터 ‘복지 문화 도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광주의 현재 도시 슬로건은 “행복한 창조도시”이다.

광주광역시의 도시 브랜드 가치는 얼마나 될까? 현대 경제연구원이 2009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7대도시 중 광주의 브랜드 가치는 4조580억원으로 7대 도시 중 최하위이다. 광주 발전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외부인들은 광주의 가장 큰 단점을 “너무 정치적이다”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낮게 보고 있다.

“너무 정치적이다”라는 시각은 그동안 광주가 ‘투쟁의 도시’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나왔으리라고 생각한다.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공감’과 ‘포용’이다. 많은 학자들이 21세기의 경쟁력은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역량’이라고 말한다. 민주 역량도 다양성을 기초로 한다. 다양성에서 오는 차이점들을 문화 역량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광주가 ‘투쟁의 도시’ 이미지를 넘어서 ‘포용의 도시’ 이미지를 형성한다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문정희 시인은 ‘식물원 주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처는 내가 살아있다는 빛나는 증표 / 쓰라린 아픔으로 진물을 흘리지만 / 깊은 성찰을 던진다네” 광주는 뜨거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상처에 머물지 않고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광주대 자율 융복합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