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 결과는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압도적으로 야권을 지지했던 호남인에게는 너무도 쓰라린 패배였다. 전국적으로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은 가운데 야당이 대선 승리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야권 단일화, 높은 투표율 제고 등 야권이 필승 카드라고 믿었던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기에 그 아픔은 더욱 컸다. 많은 사람이 실망과 허탈감으로 멘붕(정신 붕괴) 상태였다.

사실 우리의 객관적 정치 구도를 보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야권의 대선 승리는 쉽지 않음에도, 논리적이지 못하고 치밀하지 못했던 민주당이 독선과 진영논리에 빠져 국민들의 변화된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다.

무조건적으로 여당을 지지하는 경상도 유권자는 호남의 두 배 반이 넘고 새롭게 태어난 종편 TV방송국을 비롯한 언론 환경도 거의 일방적으로 여권 후보를 지지해줘, 객관적인 조건이 야당에 너무나 불리한 선거였다. 그래서 대선 기간 내내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민주당이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도 다음 대선을 기대해 볼만한 성적을 거둔 민주당에게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이나 대선 실패를 경험한 민주당은 실패한 대선에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은 가운데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국정 운영 능력의 불신으로 미래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비전 제시에 실패한 것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정책은 대부분이 구호만 있고 국민이 실체를 느끼지 못했다. 또 지나치게 야권단일화에 매달려 경제민주화, 복지, 안보 등의 정책에서 여권 후보에 선점당하게 되면서 야권의 정책이 여권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당내 리더십 부재, 조직력 부족, 계파 정치 등 많은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민주당이 반독재, 민주화세력이라고 믿고 지지해준 국민들의 애정 어린 충고이다. 모두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먼저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는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민주당은 희망이 없다. 야권의 정권 교체 실패로 48%의 국민이 실망과 허탈감으로 멘붕에 빠졌는데, 국민과 함께 아픔을 공유해야 할 때 의원들이 한가하게 외유나 가는 정당에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민주당이 지지자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근본적으로 쇄신하고 변해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민주당의 지속적 발전과 진보와 변화는 시대적 당위이다. 민주당은 다시 일어서서 아픔을 극복하고 더욱 튼튼한 정당으로 태어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정당이 되기를 기원한다.

〈서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