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엔 혈육과 지인들이 사는 관계로 가끔 간다. 연초에도 그곳에 갈 일이 생겨 덤으로 어디를 더 가볼까 생각을 하다가 극과 극의 장소를 선택했다. 감천동 집단주거 마을과 센텀시티의 주상복합단지다. 한곳은 오직 생존을 위해 자연스레 형성되어진 곳이고, 다른 한곳은 부동산 가치와 있는 자들의 머니게임을 통해 아주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감천동은 2009년부터 다양한 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하여 오늘의 ‘감천문화마을’이 됐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역사적 계기와 함께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지형적 특성에 맞게 질서 정연하게 조성된 단층과 2층 집단주거지다. 뒷집의 전망과 사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지어졌으며, 독특한 매력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문화적 가치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해운대의 센텀시티는 부산의 맨하튼이라 지칭되는 장소다. ‘100% 완벽한 최첨단 미래도시를 지향한다’라는 목표로 계획된 단지다. 이곳은 산업용지, 상업시설뿐 아니라 주거단지가 있어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미래단지를 꿈꾸고 만들어졌다. 단지 안의 주거는 초고층 주상복합이며, 유리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다. 외부에서 보면 모두가 좋은 조망과 환경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연에 대응하며 기계에 의존하는 주거들이다.

두 곳은 공통점과 다름이 있다. 공통점은 그 당시 필요로 한 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삶을 담기 위해 만들어졌고,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한곳은 무계획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은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인간적 크기에 맞게 만들어진 곳이고, 한곳은 전문가들의 계획에 따라 거대한 크기로 완성되었지만 어딘지 낯설다는 점이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만한 곳은 어딜까? 이를 판단하는 가치기준도 그들의 연령과 자산과 하는 일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허나 세월이 흐른 뒤 오랫동안 기억하며 추억할 수 있는 곳, 문화자산으로 남을 수 있는 곳, 사람냄새가 나는 자연스런 곳은 보이지 않은 질서 속에서 다양한 군상들의 손때가 묻은 주거지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감천동은 2009년부터 예술가와 행정의 노력에 의해 ‘문화마을’로 재탄생 한 곳이다. 센텀시티의 ‘미래 주거단지’는 2000년대부터 자본가와 행정에 의해 만들어진 초고층 주상복합주거다.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그 당시 결정된 행정의 결과물들이다. 행정의 주체는 사람이고 이는 공무원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도시가 만들어지고 삶의 공간들이 조직되는 데는 행정의 역할이 가장 클 수밖엔 없다. 행정의 결과는 건축으로 나타나며, 행정력의 결과는 삶의 질을 결정하고 한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니 살맛나는 도시와 지역 발전은 행정과 행정력에 달려있고, 행정의 책임자인 지자체 장의 몫이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