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의 노신사가 배뇨 장애로 진료실에 다니던 어느 날, “내가 아직 고래를 못 잡았는데…”라며 쑥스러워 했다.

자신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10대 중반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이 고생하며 살다 보니 젊었을 때 받아야 할 수술의 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청장년기 때는 목욕을 자주하고 청결히 하는데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칠순을 바라보게 되니 매일 샤워를 하는 것도 힘이 들고 음경의 포피가 젊었을 때만큼 탄력도 없어져 늘어지니 나이가 들수록 깨끗히 관리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슬하에 딸 뿐이라 아들 데리고 공중 목욕탕 다닐 일도 없어 젊었을 때도 필요성을 생각하지 못하다가 노령이 되니 점점 불편해져 마음먹고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음경의 포피를 지칭하는 ‘포경’(包莖)은 보통 ‘고래 잡는다’라고 표현하는 포경(捕鯨)과 동음 이의어로 인해 우스갯소리로 표현을 하고는 한다. 포경수술은 음경의 포피와 피부를 적당히 절개해 제거함으로써 감춰진 귀두부를 드러내 주는 수술이다. 비뇨기과에서 가장 오랫동안 많이 시행돼온 수술로 국소마취로 20분 정도 소요되며, 수술 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진 않는다.

지난 1945년 광복 이후 들어온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요로감염과 성병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1960∼80년대에 성장기 통과 의례처럼 당연히 시행하는 수술로 자리 잡았다가 90년대를 지나오며 포경 수술에 대한 반대 이론이 부상하기도 해 현재는 비교적 반드시 해야될 수술이 아닌 선택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편이다. 한때는 부정적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술에 대한 이득이 있고 없고의 문제이지 포경 수술이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결론지어 지고 있다.

최근 2∼3년의 연구는 에이즈 및 기타 성병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으며, 연구의 비교 대상으로 포경수술이 시행되고 있지 않은 남부 아프리카 주민들의 높은 에이즈(AIDS)와 같은 성병 유병률과의 비교 연구가 증명되고 있다. 노년이 될수록 불가피하게 병원에 입원할 경우도 늘어나게 된다. 소변 줄(도뇨관)을 끼울 경우도 생기게 되고, 대소변 가릴 때 자식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나타난다. 수술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 도뇨관 삽입 유지시에 자주 발생하게 되는 포피의 염증(귀두포피염)으로 매일 소독 해야만 하는 경우 자식들 보기에 민망한 부분도 있다.

일반적으로 포경 수술은 간단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여타 수술과 마찬가지로 국소 마취 후 피부를 절제하고 지혈, 봉합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성형 수술이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해부학적 지식과 숙련도가 요구되며 술전 음경의 함몰 여부, 요도 기형 유무 확인 및 추후 음경이 성장된 후를 예측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일부 과다하게 포피가 절제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짧아진 성기로 인해 성인이 된 후 후회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방학이 되면 비뇨기과 의원에서는 포경수술 성수기이다. 수술 시기는 음경이 어느 정도 자란 후, 국소마취에 대한 통증을 견딜 수 있는 초등 5년(11∼12세) 이후가 적당하며, 연령에 비해 음경의 성장 속도가 늦은 경우에는 더 기다려 본 후에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술을 하지 못한 중장년 분들도 부끄럼 없이 수술을 하셔도 무방하며 권태해진 부부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