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무안군 현경면 ‘파도목장’ 풍경은 여타의 축사와는 사뭇 달랐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파도목장의 소들은 종일 냄새 나는 좁은 우리에 갇혀 하릴없이 눈만 끔벅거리는 소와는 움직임부터 달랐다.

‘전남도 친환경농업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전남(62)씨의 파도목장 소들은 깨끗한 축사에서 풀을 뜯어먹고, 넓은 가축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자라고 있었다. 전씨는 가축의 생태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동물복지축산을 통해 소들이 더욱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3300㎡ 크기의 축사와 2000㎡의 운동장까지 조성한 전씨는 이곳에서 1주일에 4∼5일가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젖소에게 건초를 먹이거나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체험과 참가자들이 치즈를 만들고 가까운 갯벌에서 달구지를 타면서 놀 수 있게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연간 파도목장을 찾는 방문객만 1만명이 넘는다. 1인당 체험비는 1만원가량이어서 연 1억원 안팎의 농외소득을 벌어들였다.

여기에 매일 젖을 짜 낙농진흥회에 1.6t의 우유를 공급,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깨끗한 목장에서 건강한 우유를 생산해 돈을 벌고, 체험프로그램으로 부수입도 내고 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지난 1973년 소 5마리를 사들여 축산을 시작한 그는 이젠 120마리를 키우는 어엿한 목장을 소유하고 있다.

전씨의 성공 비결은 근면과 변화였다. 요즘도 새벽 3시30분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우유를 짜고, 더욱 알찬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사료값 상승, 소값 하락 등 축산의 숱한 악재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산은 시설과 장비 고정자산이 많이 들어 송아지 한 마리를 3달 키우면 45만원 손해가 난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은 농가들이 모여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소 100두를 키우는 다섯 축산 농가가 힘을 합쳐 500두를 함께 관리하면 장비와 시설, 사료값 등을 모두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정비용을 10억가량 줄일 수 있고,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경쟁력도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축산 부농을 꿈꾸는 예비 영농인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식으로나, 경험으로나, 축산을 많이 아는 사람들이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야 한다”면서 “남들처럼 소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고품질의 육우와 착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안=김민준기자 ju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