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애틋함이 있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야. 작별이란 왠 말이냐 가야만 하는가?’ 섭섭함이 있었다.

어린 시절 졸업식은 참으로 숭고하고 거룩한 의식을 치르는 듯했다. 어떤 이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는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 그려진다.

소박하지만 정감이 넘치고 부푼 기대가 있는 그런 풍성한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변화가 너무나도 빨라 그 정취와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

졸업이라는 단어는 ‘그 업을 마쳤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쳤다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첫 단어가 된다.

부푼 희망과 사회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정든 교정을 떠난다는 아쉬움이 있기에 눈물을 흘렸다. 우정 어린 친구와 존경하는 선생님 그리고 추억의 책상에 깨알 같이 쓴 낙서도 마음속 깊이 고이 간직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지금의 졸업은 그때의 진한 향수가 없다. 풋풋함이 사라졌고 무거움 마저 든다.

눈앞에 펼쳐질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일까?

학교는 선행학습과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인성을 키우고 사회성을 향상하는 전인교육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져 버린 것 같다. 초등학교는 왕따에 시달리고, 중학교는 학교폭력으로 멍들고, 고등학교는 입시로 청춘을 불사르고, 어렵게 들어간 대학은 취업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전쟁의 연속인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해 대학을 졸업하는 인원이 30만 명이라고 한다. 이 많은 인재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일까?

국가나 국민의 가치 기준이 중요대학을 ‘졸업했느냐, 안 했느냐’에 두고 있지 않은지? 누구나 대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 않은지 되물어 보고 싶다.

물론 경기가 좋지 않아 회사들이 채용을 줄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중소기업과 제조업계에서는 인력이 부족하여 외국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있다.

인생의 목표가 취업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고급 인력을 생산해 놓고도 일할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이고 적성에 맞는 교육을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자신의 기술과 기능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대종경 요훈품 35장에 ‘이용하는 법을 알면 천하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나니라’라고 말씀하신다.

만일 국가나 국민들이 한명 한명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들 각자에게 맞는 기술교육에 투자를 한다면 분명 그들은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역군으로 이 사회를 지탱할 기둥으로 보답할 것이다.

이제는 ‘똑같은 환경’과 ‘똑같은 과제’를 주며 경쟁을 부추겨, 무리하게 스펙을 쌓기 위해 매진하거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창시절을 통으로 바치거나,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하는 등의 외모지상주의를 숭배하는 후손들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은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학문 탐구는 미래를 개척하는 근본을 연구하는 곳이 되어야 하며, 의무교육을 마치고 나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하여 학문만을 중시하는 그런 풍조를 하루빨리 구시대의 산물로 정리하고, 올해부터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 풍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내일이 무척 기대되는 그런 미래를 꿈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두가 노력하고 기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