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의 일들을 보면서 ‘옳다, 그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좋고 옳은 일보다는, 나쁘고 그른 일들이 기사화돼 눈과 귀를 자극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좋고 옳은 일보다는 나쁘고 그른 일들이 많은 나라로 퇴색되어 버렸다. ‘참으로 살기 걱정스러운 나라’라는 생각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한다.

‘조선 놈은 다 그렇지’라는 말도 너무 쉽게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군의 총 칼 앞에서 독립을 외치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고, 많은 독립자금을 내놓으면서까지 자신의 풍요로운 삶을 기근에 허덕이는 삶과 바꾸는 의인들도 있었다.

국가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남김없이 헌납하는 이도 있었으며, 사랑하는 부모형제를 뒤로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이름 없는 용사들도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는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 불통의 나라, 부정부패와 당리당략이 판치는 나라로 오인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현상을 보면서 ‘이것은 옳고, 그르다’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이 명쾌하다고 주장하지만 이처럼 개인적으로 접근한 판단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정전(正典) 사리연구의 목적에 “이 세상은 대소유무의 이치로써 건설되고 시비이해의 일로써 운전해 가나니…”라는 말씀을 하신다.

이 세상은 ‘크고’ ‘작고’ ‘있고’ ‘없는’ 현상적인 부분으로 만들어져 있고, ‘옳고’ ‘그르고’ ‘이롭고’ ‘해로운’ 일들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산(茶山)이 아들 정학연에게 준 편지 중 한 대목이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利害),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여기에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시비이해(是非利害)라는 부분이다. 시비이해는 ‘옳고’ ‘그르고’ ‘이롭고’ ‘해롭다’라는 단어의 조합이 아닌, ‘옳으냐’ ‘그르냐’를 우선하고 그 다음 ‘이롭냐’ ‘해롭냐’를 따져 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비이해의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롭냐’ ‘해롭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순간적으로 이것이 나에게 ‘이로운 일인지? 해로운 일인지?’에 대한 이해타산을 먼저 따지기 때문에 뒤에 그른 일로 인한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또한 다가올 시련들로 인해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짐에도 그 이유를 모르고 타인을 욕하고 원망을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나에게 이로우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취하고 나에게 해로우면 권모술수를 통해 멀리하기에 진정 중요한 부분인 ‘옳고, 그름’인 시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소통의 부재, 정경유착의 비리, 부정부패로 얼룩져 버린 것은 아닐까?

자주독립이 옳은 것이라고 여겼기에, 나의 조국강산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했기에, 자신의 안위에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 백성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라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의와 명분을 내세우며 자신의 배만 불리고 자신의 이익과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는 이들은 훗날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불나방의 처참한 최후를 알고 있다. 이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시비이해를 잘 이해하고 옳은 일이면 다소 나에게 해로운 일이라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도 살고, 타인도 살고, 나아가 이 사회 이 국가가 바로 서는 일이며 다함께 발전하고 잘 사는 원칙임을 알아야 하겠다. 대대손손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정신이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