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서 학교는 활기를 되찾았다. 추운 겨울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에 돌아온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반갑다. 매년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는 것도 학교에 사는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그 중 가장 설레는 만남은 이제 갓 고등학교를 마치고 새내기 대학생이 되는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기대 가득한 눈으로 무엇인가를 얻어가려고 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희망과 열정을 갖게 된다.

교실에서 만나는 새내기들은 수업이 끝나면 “이제 가도 돼요?”하고 묻거나, “‘선생님’ 아니 ‘교수님’이지” 하거나 “신부님이 맞아요? 교수님이 맞아요?”하고 묻기도 한다.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를 해도 징그럽지 않다. 아침 햇살 같은 풋풋함이 묻어나는 학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는다. 새내기와 재학생이 구분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학교 건물 이름을 정식으로 말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재학생들이 ‘멀미실’이라고 부르는 것을 새내기들은 ‘멀티미디어실’이라고 한다.

수업에 들어가 만나는 신입생들에게 첫마디로 이런 말을 던지곤 한다. “왜 유아교육과에 왔어?” “왜 간호학과에 왔어?” 아이들은 대개 “아이들이 좋아서요.” “환자를 돌보고 싶어서요.”라고 답한다. 그럼 나는 다시 노래방을 좋아하느냐고 묻고 새내기들 중 일부는 “예. 좋아해요”라고 답한다. 필자가 “그럼 가수 되어야겠네”하고 말하면 아이들은 “왜요?”라며 의아해 한다.

노래를 좋아한다고 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수는 노래를 남보다 잘 불러야 한다. 유아교사도 단지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유아를 잘 가르치고, 잘 알고, 유아로부터 존경받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바꿔 생각해보자. 만일 내가 유치원 원장인데 왜 유아교사가 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아이가 좋아서요”라고 답한다면, 그 교사를 우리 유치원에 고용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특별함 그리고 유아교사로서 갖추고 있는 특별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학에 들어와 학과를 선택하고 미래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결심과 다짐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것들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설정이다. 신입생들은 지난 12년간 대학 입학을 위해 공부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지 않으면 쉽게 방황하게 되고, 새 학년 새 학기에 잠깐 설레는 마음으로 결심과 다짐을 할 뿐 실천하지 못할 것이다. 결심과 다짐이 꾸준히 실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목표가 너무 멀어 이내 지쳐버리고 견디지 못하는 탓이다.

물이 끓는 최고 정점을 임계점이라고 한다. 라면을 끓이는데도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물이 끓는 시간이 달라진다. 그냥 면에 스프만 넣는다면 가장 빨리 끓는다. 하지만 라면에 이런저런 양념을 넣는다면 라면이 끓는 시간은 오래 걸린다. 우리는 라면을 먹는데도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즐겁게 기다린다. 왜냐하면 면과 스프만 넣는 것보다 맛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내가 끓일 맛있는 라면을 그려보는 것이다. 내가 끓일 라면을 정한 후의 대학생활은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 여러 가지를 즐겁게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졸업할 즈음 자신이 선택한 진로를 그저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남보다 잘할 것 같아서 선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추어야 한다.

홍해바다를 건넌 모세와 히브리인들이 처음 행한 것은 파스카 축제였다. 이 축제는 새 하늘 새 땅에 대한 기대였다. 그들은 이내 지치고 가끔은 투정을 부리지만 모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히브리 백성을 때로는 질책하고 때로는 달래가며 광야를 40년이나 헤맸다. 히브리 백성을 이끄는 모세는 늘 가나안 땅을 밟는 그날을 꿈꾸고 즐거운 준비를 했었다.

새 학년 새 학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많은 새내기들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조발그니 목포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