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부르지 않아도 오고, 겨울은 가지말라 해도 제가 알아서 간다. 산에는 어느덧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고 매화며 목련이며 봄꽃들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담양에는 금성산성이란 곳이 있다. 산성안에는 보국사(輔國寺) 터며, 관아 터 등이 풀섭에 나뒹굴고 있는 아직은 어수선한 곳이 많다.

보국사 터 언저리에는 호국정신을 계승하며 살고 있는 무승(武僧) 가족이 살고 있다.

금성산성의 안내판을 보니 1894년 동학 농민군이 이 산성에서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 최후를 마친곳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고종 당시 전라도 고부군에서는 만석보를 쌓아 농민들의 영농에 도움을 준다고 꼬드겨 저수지를 농민들에게 건립하게 하더니 그해 가을, 엄청난 물세를 거두어 농민의 삶을 힘겹게 했다.

동학의 지도자 전봉준 등은 고부에서 봉기하여 관아를 점령했다. 그러자 조정에서는 안핵사 이용태를 보냈으나 오히려 이용태는 농민들을 탄압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동학농민군은 보국안민(輔國安民)의 기치 아래 단합하여 관군과의 황토현 전투에서 승리해 전주성을 점령한다.

동학농민군은 전주성에 집강소를 설치하여 직접 개혁을 하기에 이른다. 즉 지배세력의 타도, 신분제도 타파, 봉건적 폐습철폐, 일본과 내통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고, 토지의 균등분배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에 조정은 동학농민군과 화해를 모색하여 개혁을 약속한다. 조정의 약속에 따라 동학농민군은 자진해산을 하니 이것이 바로 ‘전주화약’이었다.

그러나 조정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녹두장군 전봉준 등은 1894년 4월25일 전북 고창군 무장읍에서 무장기포 즉 대내외적으로 동학혁명정신을 선포하여 10만의 병력으로 서울로 진격 하나, 5월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과 관군에게 패해 장성의 입암산성과 담양의 금성산성에 모여 농성을 하게 된다.

이해 11월 전봉준 장군과 김개남 장군은 측근인 김경천에 의해 밀고,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고 입암·금성산성에 남은 수천의 동학군 대부분은 우수한 화력을 가진 관군과 일본군에게 참혹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 당시 산성안에 있는 대부분의 시설물과 군량미는 불태워지게 된다.

보국안민의 기치 아래 개혁과 반외세의 호국정신을 불태웠던 치열함은 터만 남은 담양 금성산성 안 보국사 빈터에 원혼이 되어 울부짖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19년전 개혁과 호국을 노래했던 선열들의 외침은 어디가고 이제는 역사수업시간에서조차도 국·영·수 시간에 할애하고 있는 출세지향적, 물질추구의 무사안일함에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은 빛을 감하고 있음을 탄식한다.

정권은 그 담당자가 바뀌고 또 민주국가에서는 투표를 통해 유기적으로 바뀌어야만 되지만 국가와 민족의 담당자를 국가와 민족 모두가 책임져야 할 것을, 구한말 상황과 같은 이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권 백양사 포교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