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기를 안고 센터를 방문한 여성지적장애인 A씨. 지적장애부모의 가정내에서 적절한 부모 역할과 지원 체계가 미흡해 가출한 A씨는 사실혼 관계에서 임신을 했고 아기가 몇 달 전 태어났으나 아직 출생 신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걸핏하면 모녀를 향해 소리지르며 나가라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피해 나가고 싶지만 당장 갈 데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려져 생활시설 경험이 전부라고 하는 남성지적장애인 B씨는 시설의 보호관리소홀로 범법자가 되어 오갈 데 없는 신세로 긴급하게 거주공간을 찾고 있다.

“선생님! 제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우리○○이 잠깐 맡길 곳이 어디 없을까요?”

상당수 지적·자폐성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거나, 가족행사 참석으로 외출하거나, 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경우 급히 자녀를 돌봐줄 곳을 발을 동동 구르며 찾아 보지만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장애가족 내에는 빈곤이나 피학대 등으로 가족위기가 발생했을 때나, 학습부진, 학업중단 등의 교육적 위기나, 실업, 범죄 또는 성범죄 피해 등의 사회적 위기를 겪는 지적장애인이 매년 늘어 긴급 피난처가 필요하지만 위기 장애인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절대부족한 실정이다.

2013년 현재 광주광역시에는 장애인생활시설(16개소), 공동생활가정(22개소) 단기보호시설1개소(뇌병변장애인 1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청소년, 노숙자,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단기보호시설은 있으나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단기보호시설은 전무하여 지적·자폐성장애인 단기보호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단기보호시설은 가정에서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기간 동안 휴식, 피난, 요양, 자립준비를 위한 거주공간 및 필요한 서비스(자립지원, 사회성향상, 여가문화, 가족지원 등)를 제공하고 장애인가족기능이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조력, 협력하는 거주시설임이다.

보호자들의 오랜 바램으로 북구지역에서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단기보호시설을 마련하는 아주 특별한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또한, 광주시는 올해 2월부터 탈시설중증장애인의 자립지원을 위한 전세임대주택 5채(1채당 2명 입주)를 마련, 사례관리사를 투입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입주자는 없고 집만 덩그러니 몇 달 동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청 담당자는 입주자격 심사를 통해 기준에 적합한 대상자가 아직 없어서라고 설명을 하는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동네 곳곳에 장애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주거공간들이 지원되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수요자 욕구에 따라 기능을 하는 맞춤형 주거지원책이 강구되길 바란다.

광주가 인권, 평화도시라는 이미지로 강조되고 있는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보듬어 안아주고 세워주는 삶의 공동체로 시민의식이 함께 그 역할을 수행하는 동반자로 실천되어진다면 진정한 인권의 도시, 평화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서미정 (사)광주장애인가족복지회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