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유력 신문사에서 1997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비전코리아 국민대회’의 2013년 주제는 ‘원아시아 도시 선언’이였다. 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상하이와 런던, 싱가포르와 뉴욕이 기업과 인재,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쟁을 치르고 있고, 서울도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도시 중 국가대표는 서울과 부산이기에 이곳에 화력을 집중시켜 국가 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촉매제로 사용해야 한다는 요지다. 그렇다면 빛고을 광주는 무엇인가?

광주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항구의 지리적 여건을 가진 부산과 같은 요소로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다. 이곳만의 것으로 차별화를 해야 한다. 여러 영역 중 도시관광 부분을 생각해 보자. 그 대안은 광주만의 특징과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구도심과 연계한 특화 계획이다. 도시 특화에는 역사적 사건과 형상과 감동의 이야기가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보고, 느끼고, 기억하며 오랫동안 추억을 간직하게 되고 입소문이 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구도심의 역사적 기억과 흔적을 하나씩 지우고 어디에나 있는 것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행정에서 하고 있다.

그 하나는 금남로변의 옛 한국은행을 철거한 일이었고, 두 번째는 전일빌딩을 철거하고 주차장과 공원을 만들까 하는 구상이다. 특히 옛 도청 앞의 금남로와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건축물들은 광주 근·현대사와 함께해온 역사적 형상들이다. 이를 잘 가꾸고 공감의 스토리로 다듬는다면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광주만의 도시관광 콘텐츠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사회와 건축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건축에는 역사의 흔적과 기억의 켜들이 쌓여 있다. 현재의 기능이 미약하다 하여 철거한다는 것은 우리의 역사를 없애는 것과 같다. 이를 잘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콘텐츠화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서 개인건물도 아닌, 특히 시민 소유의 건물인 전일빌딩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곳엔 건축 공간과 그 쓰임에 관련된 많은 역할과 이야기가 있다. 또한 1980년 5월을 비롯하여 많은 역사적 상황을 묵묵히 보아왔던 곳이다.

그런데 이를 없애고 지하에 주차장과 지상을 공원을 만들려는 계획을 지금도 추진하고 있다면 이를 중지하고, 금남로와 지하상가 그리고 그 주변을 연계한 특별계획을 세워야 한다.

도심 건물을 철거하고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차량은 외곽으로, 사람을 도심으로 모이게 해야 한다. 도심 공원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면에 잔디와 나무, 시설물만 있고 사람이 없는 도심공원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장소의 넓고, 좁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숨결과 사람냄새를 머금고 풍길 수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전일빌딩은 그런 역사적 가치를 많이 지니고 있다. 그러니 헐지 말고 실내공원과 쉼터, 도시역사 전시관과 문화공간 등으로 재생하자.

도시 공간계획에는 역사, 문화, 환경, 인문의 시대정신을 더해 광주만이 갖는 이야기와 공간구조를 가져야 한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중요한 인간은 행정을 맡고 있는 사람이고, 시민이니 우리가 더 현명해져야 할 이유다.

/박홍근 건축사·전남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