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이 종합운동장 등 스포츠 파크를 조성하면서 불법으로 농지를 용도변경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무안군은 뒤늦게 논란이 일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24일 무안군에 따르면 최근 현경면 양학리 일대 스포츠 파크내 주차장과 도로 등 1만6000여㎡가 도시계획변경 절차없이 무단으로 조성됐다.

지목이 논과 밭으로 스포츠 시설로 쓰기 위해서는 도시계획변경 절차, 즉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

무안군은 내년 전남도민체전을 치르기 위해 스포츠 파크 일대에 추가로 축구경기장 조성 등에 나서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부적정한 행정행위가 확인됐다.

주민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불법 용도변경이 가능했던 것은 안일한 행정이 한몫했다.

체육시설사업소 관계자는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데 2009년 당시 이 일대에 기업도시조성 계획이 있어 이를 믿고 시공했다”고 말했다.

기업도시법 적용을 받게 되면 세부적인 용도변경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무안군이 기대했던 기업도시 조성사업은 지난해 결국 무산됐다. 더 큰 문제는 도시계획변경절차가 무안군의 권한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전남도는 이미 주차장과 도로로 바뀐 농지를 뒤늦게 소급해 용도변경을 해줘야 하는 부담만 안게 됐다.

농지 불법전용 단속 권한이 있는 무안군 농정과는 올해 초 불법 전용사실을 확인했으나 쉬쉬하다가 문제가 커지자 면피성으로 지난 14일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이미 주차장과 도로로 사용중인 곳을 파헤치기도 어려운 데다 내년 도민체전 준비를 위해서도 이 시설이 필요한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가 됐다.

무안군 관계자는 “현재 스포츠 파크 2차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변경 절차가 진행중인 만큼 이 계획에 주차장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 방법은 원상회복이 아닌 서류상으로만 용도를 변경하는 편법이어서 적법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철주 무안군수는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책임을 지는 공무원이 없다”며 감사 등 정확한 진상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김민준기자 ju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