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장학금이 든 토마토 상자를 배달받았던 담양군에 ‘기부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11일 담양군에 따르면 재단법인 담양장학회가 보유한 장학금은 이날 현재 66억원가량이다.

2009년 7월 말과 비교하면 20억여원이 늘었다. 담양의 장학금 기부 문화는 토마토 상자 배달 전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담양군에는 2009년 7월 30일 “장학금으로 써 달라”는 내용의 쪽지와 함께 현금 2억원이 든 토마토 상자가 익명으로 배달됐다.

2010년 2월 4일에는 200만원, 2011년 3월 9일에는 1억원이 자양강장제 상자와 양주병 상자에 각각 담겨 전달됐다.

군은 같은 독지가가 전달한 장학금으로 보고 “등불처럼 살고 싶다”는 토마토 상자 안 메모에서 이름을 따 ‘등불 장학회’를 설립했다.

지난해 5월 30일에는 지역 출신 기업인 고(故) 최두호씨의 가족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3억원을 ‘최두호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등불 장학금은 기탁자의 의도에 따라 의용소방대원 자녀에게, 최두호 장학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초등학생에게 지원되고 있다.

지역 신문과 소식지를 본 출향 인사들은 계좌 입금으로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장례 후 조의금 일부를 맡기는 사례도 늘었고 지역을 대표하는 대나무축제가 끝나면 수익금 일부를 내놓는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주변 식당이 줄을 잇는다.

공무원이나 기업인이 기부를 강요당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이·취임하면서 사비를 터는 기관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방대원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등불 장학금 기탁자의 뜻에 동참해 소액 기부자를 직접 찾아나서 모금에 앞장서고 있다. 등불 장학회의 후원회까지 구성됐으며 5000원, 1만원씩 매월 자동 이체 건수도 88건(66만8000원)이나 된다.

담양군 관계자는 “최근에는 100만∼200만원을 방문 기탁하는 지역민들이 1주일에 2∼3명은 있다”며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지역민이 뜻을 함께하고 기부 문화를 정착시킨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담양=정재근기자 j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