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 청계면 강정리 이장 정해율(70)씨는 7일 피땀 흘려 가꿔온 양파밭을 손수 갈아엎었다. 밭 1만8000㎡ 중 1만2000여㎡의 양파를 폐기했기 때문에 올 양파 농사를 사실상 접었다고 할 수 있다.

정씨가 양파를 폐기한 것은 가격 하락을 우려한 정부 방침 때문이다. 양파 재배 면적은 늘고, 수입량도 증가해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어 양파 주산지 무안의 위상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올해도 양파 산지 폐기=가격 파동이 우려되는 조생종 양파의 산지 폐기가 시작됐다. 7일 무안군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4년산 양파 수급 조절계획에 맞춰 생산 감축 등을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해당 지역농협을 통해 조생양파 재배지역별로 감축희망 신청물량을 받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농가들로부터 조생양파 산지폐기 신청을 받은 결과 희망물량이 858ha로 당초 정부계획이었던 약 166ha의 5배가 넘자 정부는 3만t으로 물량을 확대해 이달 22일 해당 지역농협에 사업물량 배정을 했다.

무안군은 정부의 감축 계획량으로 500ha의 32%인 158.48ha를 배정받아 지난달 군, 농협, 생산자 합동으로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무안군은 지난달 24일 최종 154.77ha를 생산감축 대상물량으로 확정하고 다음날부터 본격 폐기를 시작했다.

이번 양파생산 감축을 통해 해당농가가 받는 생산비는 ㎏당 250원 수준으로 정부가 215원, 무안군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에서 35원을 보전하고 폐기처분은 농협과 농가에서 부담한다.

◇한중 FTA 앞두고 농가 시름=양파 가격 폭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한·중 FTA(자유무역 협정)를 앞두고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양파(1kg당) 도매가격은 630원으로 1년 전 2268원보다 3분의 1 가격으로 폭락했다. 평년(1050원)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마늘 재배면적은 줄고 양파는 늘어 향후 양파 가격 하락세는 계속 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양파·마늘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산 양파 재배면적은 2만3908ha로 2013년산 2만36ha보다 19.3%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이다.

또 이달 11차 공식 협상이 이뤄질 한·중 FTA를 앞두고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FTA가 타결되면 값싼 중국산 양파 수입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지 폐기에 머물지 말고 계약 재배, 직거래시장 활성화,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양파 수급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안=김민준기자 ju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