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주권도 포기하고, 군대에 입대한 것만으로도 칭찬을 받아야 할 젊은이들이 군생활도 빠듯할 텐데 짬을 내 지역 청소년들에게 러시아어와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젊은이들은 담양군의 모 부대 2대대(대대장 김좌섭)에서 복무중인 방우혁 상병(25)과 이상혁 상병(20)이다. 이들 병사들은 지난 3월부터 매주 금요일 2시간씩 담양여중과 금성중학교 학생들에게 영어와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있다.

광주가 고향인 방 상병은 초등학생 때 사업차 이민 간 아버지(방기남·54)를 따라 옛 소련연방의 키르키즈스탄에서 성장했다. 이후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 대학원의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군입대를 결정했다. 키르키즈스탄의 영주권마저 포기하고 군복을 입은 아름다운 결정이었다.

영어, 러시아, 프랑스어까지 3개 언어에 능통한 방 상병은 어릴 때 고국을 떠났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 문학을 꾸준히 읽었다.

방 상병은“해외 영주권자들로 구성된 58명의 동기와 함께한 7주간의 훈련소 생활은 그리 힘들지 않았으나 막상 자대에 배치받고 문화적 이질감에서 오는 일들이 많이 힘들어 군입대 결정에 후회 한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대대장님도 친 가족처럼 잘 대해주시고 동료와 따뜻한 전우애도 느끼고 있고, 무엇보다 국가관과 민족관을 적립할 수 있어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이 집인 이상혁 상병은 중학생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갔고, 밴쿠버 대학 항공정비학 전공을 앞두고 아버지(이득원·63)의 권유로 자랑스런 조국의 군인이 됐다.

이 상병은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군 입대가 면제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입대를 선택했다.

이 상병은 금성중에서 15명의 학생에게 영화를 보며 영어 회화를 강의하고 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에 유학을 가 어렵게 영어를 공부했던 경험은 학생들에게 공감을 줬다.

이 상병은 “4주 동안 진행된 훈련소 생활이 너무 힘들어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었다”면서 “자대인 담양에 오고 나서 동료가 너무 잘 해주고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함께 거듭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교육 효과도 대단했다. 담양여중 권우봉 교장은 “자신들의 경험이 담긴 수업을 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영어와 러시아어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좌섭 대대장은 “담양 지역에 주둔한 군대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이들 병사들이 기꺼이 재능기부를 하겠다고 해서 지역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재근기자jj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