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담양군 고서면 후산리 은행나무(전남도 기념물 제45호)는 조선 인조와의 인연이 전해져 오는 보호수다. 이야기에 따르면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 호남지방을 돌아오던 중 오희도 선생을 만나기 위해 이 마을을 찾았는데 이때 이 은행나무에 말고삐를 맸다고 한다.

또 담양군 남면 경상리에 있는 느티나무(전남도 기념물 제141호·수령 500년 추정)에도 슬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인근 마을이 불에 타 이주하면서 이 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겨 매년 정월 보름날 밤이면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 이 나무에 대한 주민들의 보호가 각별하다.

담양군이 마을을 지켜온 이들 나무 주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아픈 나무를 찾아 ‘외과수술’을 하는 등 보호수 일제 정비에 나선다.

담양군은 5일 “보호수로 지정된 184개소 440본 가운데 수목이 부패하고 방해물로 피해가 있는 보호수를 대상으로 오는 24일까지 외과수술 및 생육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비사업은 일제 조사를 통해 부패 부위가 크고 콘크리트 구조물 등 지장물로 인한 피해가 큰 보호수를 우선 선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보호수 주변 콘크리트 포장을 제거하고, 부패 부위 외과수술 등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오는 10월께에는 영양제도 놔 준다. 흔히 말하는 나무 외과수술은 산림 보호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썩은 나무를 파낸 뒤 나무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고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살균처리 한 뒤 봉합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담양군은 지난 6월 재해위험이 있는 보호수의 가지치기를 해 풍해(風害)로 인한 위험을 제거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보호수는 지역의 고사와 전설이 담긴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나무로 생육여건을 개선시켜 더욱 건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양=정재근기자 jj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