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각자의 일터에서 더위와 싸워가며 일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우리나라 국민은 대부분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에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기 위해 휴가를 떠난다.

막상 휴가 날짜를 잡고 좀 ‘색다른 휴가를 보내보자’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생각만큼 적당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대중들과 같이 산으로 바다로 떠나게 마련이다. 그 또한 좋은 휴가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의식수준이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휴가를 보내면서 재충전하는 이들도 많다.

필자는 휴가철을 맞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해지는 휴가에 관련된 두 가지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주지하다시피 원불교 교무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원불교 교조의 탄생에서 원불교 창교 과정, 그리고 원불교의 오늘날까지의 일화들을 수집해 모두 10권으로 된 ‘원불교예화집’이라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원불교와 관련된 사람들이 구입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인지 많은 감사의 전화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원불교에 다니는 가족의 얘기다.

가족들이 휴가를 계획하고 어머님이 계신 곳에 모였다고 했다. 여러 가지로 논의하던 중 “올 여름 휴가를 책을 읽는 것으로 보내보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 무더위에 어디를 가도 특별난 것이 없으니 그것도 좋겠다”라는 의견도, “그래도 다들 휴가를 떠나는데 우리도 떠나자”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집에서 수박 몇 덩이 사서 시원하게 먹고, 콩물국수를 만들어 먹으면서 책을 읽는 색다른 휴가를 경험해보자”라는 가족들의 의견이 많아서 그렇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어머님이 요즘 읽고 있는 ‘원불교예화집’을 가족 모두가 읽기로 했다고 한다. 서로 책을 읽어가면서 재미있는 대목에서는 모두 같이 읽으면서 함께 웃고, 슬픈 이야기를 읽을 때는 눈물도 흘리는 등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고 했다. 어떤 때는 토론도 하며 옛 선진들의 삶을 통하여 오늘날 자신의 신앙과 삶을 바라보는, 너무나 알차고 보람된 휴가가 되었다고 했다. 필자는 그 전화를 받고 고생해서 책을 펴낸 보람을 다시금 느꼈었다.

다른 하나의 이야기는 필자의 이야기다. 필자는 결혼을 한 원불교 교무이다.

결혼을 연말에 했다. 그러나 근무지의 상황으로 신혼여행을 갈 수 없었다. 정토(원불교 교무 부인)와 상의해 신혼여행을 가지 말고 다음해 여름휴가를 알차게 보내자고 했다. 상황을 잘 알기에 선뜻 동의해 주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동의는 했지만 정토의 마음은 짐작할 수 있었다.

생각 끝에 그 이듬해 여름휴가는 우리나라 각지에 있는 전문박물관을 답사하면서 보내기로 했다. 목포에서부터 전문박물관을 답사하기 시작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강원도까지 둘러봤다.

박물관을 답사하며 그 지방 음식 기행도 함께했다. 각 지방의 특색 있는 향토 음식 기행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신혼여행이었지만 다양한 박물관을 답사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시간여행으로 참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 여행의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덤으로 ‘전문박물관 둘러보기’라는 책도 출판했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여행을 회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어떤 휴가보다 행복했던 휴가였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기면서 충전할 수 있는 휴가를 가끔은 테마를 정해서 보낸다면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 평생 활력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