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인이 서로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결혼을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아무리 뜨거운 열정에 의한 결혼이어도 그 감정은 빠르면 3개월 길면 3년 간다고 합니다. 결혼할 때 평생을 연인의 맘으로 살 것 같아 결혼한다면 당장 낭패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좋아함에 문제가 아니라 사랑함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좋아한다는 것은 감정의 문제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의지의 문제입니다. 부부는 부부싸움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 감정이 크게 상하고 얼굴 보는 것도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미운 감정으로도 아내는 남편의 식사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감정은 풀립니다. 의지에 따라 감정이 조절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감정은 의지에 종속됩니다. 즉 감정은 의지를 따라다닙니다.

좋아하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의미는 다릅니다. 좋아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감정적이고, 타고난 것이며, 생리적이고 감각적인 반응이라 배가 아프면 자신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쉽지 않으나, 사랑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성입니다. 이 이성 안에는 진, 선, 미를 추구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양심을 통해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라는 명령을 듣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선을 지향하라는 양심의 행동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은 호르몬샘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지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약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명령에 의해 그 약을 먹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상호적인 것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친구가 우리를 좋아하는 것만큼 나도 친구들을 좋아합니다. 라고 종종 말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식들이 돌려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일방적으로 사랑합니다. 하느님도 인간이 그분의 은총을 일축해버려도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십니다.

십계명을 통해 하느님께서 너희는 너희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했지, 좋아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내 취향이 아닌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간호사는 병원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지만 아픈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그 직업을 선택합니다.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신부님들이니 목사님들이 한센병과 그 후유증에 따른 냄새는 좋아할 수 없지만 주님께 대한 사랑과 한센인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곳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너희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과 함께 “선행을 행하라”는 계명은 항상 같이 다닙니다. 처음에는 이 계명이 우리의 감정과 반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6살 소년에게, “자, 가서 한센인 할아버지에게 가서 손을 잡아주고 오렴”하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이 요구하는 선행을 하는 것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사랑의 감정이 바로 생기지 않을 때에는 의무로서의 사랑을 먼저 시작합니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작문을 배우고, 요리하는 것을 통해 요리를 배우고, 친절을 실천함으로써 친절함을 배우는 것처럼, 우리는 사랑하는 행위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됩니다. 해야 한다는 의무를 수행하다 보면 저절로 사랑한다는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사랑의 의지는 감정을 이끕니다.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