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이 전남도청 남쪽에 위치한 ‘김대중 광장’을 훼손하면서 남악 복합 주민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 무안군에 따르면 삼향읍 남악리 ‘김대중 광장’ 서쪽에 남악 복합 주민센터(이하 복합 주민센터)를 2016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현재 군의회에서 공유재산 관리 및 부지변경 승인을 받았으며, 군 관리계획 용도지구 변경(공원지구→청사지구) 심의위원회를 추진하고 있다. 복합 주민센터는 남악 신도시개발사업소와 삼향읍 출장소, 문화센터, 남악보건소, 건강생활지원센터가 함께 사용하게 된다.

무안군은 당초 삼향읍 남악리 1499번지에 복합 주민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군은 기본설계 도중 ‘주·정차 교통여건이 나쁘고 지하에 암반층이 있어 공사비용이 과다소요돼 비경제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갑작스럽게 군유지인 남악리 2615번지로 건립위치를 변경했다.

복합 주민센터 규모도 커졌다. 당초 부지 6663㎡·건축연면적 6009㎡(지상 5층·지하 1층)이던 것이 부지 9900㎡·건축연면적 5316㎡(지상 5층·지하 1층)로 바뀌었다. 사업비는 194억5400만원에서 161억81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건립예정 부지에는 전남개발공사가 남악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평화와 인권, 지역감정 해소에 헌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김대중 광장’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전남개발공사는 기존 공원면적(1만7750㎡)이 협소하다는 의견에 따라 ‘노른자위’ 중심상업용 부지 1만4337㎡(분양가 186억원 상당)를 붙여 ‘김대중 광장’을 조성했다. 이곳 인근 토지가는 현재 평당 800만∼9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전남개발공사는 지난해 1월 무안군에 남악신도시 개발토지를 인계했는데, 군은 토지를 인수·인계받은 지 1년여 만에 복합 주민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김대중 광장’에 대해 관리계획 용도지구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호남정치의 상징적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사적인 가치를 외면한 채 ‘김대중 광장’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주민거주 밀도가 낮은 곳에 무리하게 복합 주민센터를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9월 현재 전남도청 앞 중앙공원 기준으로 동쪽에 1만8486명, 반대편에 9991명이 거주한다. 내년 초에 1500여 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주민편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남악 신도시 2차 개발지구인 오룡지구에 3만명이 입주하는 등 인구차이가 더욱 심할 것으로 전망돼 복합 주민센터 건립위치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현재 광장에는 정자와 소나무 몇 그루가 전부”라며 “잡초만 무성하게 방치하는 것보다 주변의 교통망과 편의시설이 좋아 복합센터가 들어서면 주민들에게 더 나은 행정은 물론 보건, 문화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무안=김민준기자 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