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용실에 들럿다가 손님으로 와 계신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본인은 전북 남원 산골 마을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어느 날 남동생도 아프고 자신도 아팠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곡식을 먼 길 읍내로 나가 팔아서 약을 사오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약을 남동생에게만 먹이고 자신에게는 주지 않더랍니다. 어머니는 남동생만 편애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가 미워졌다고 합니다.

스무살이 넘었을 때, 본인은 시집을 가기 싫었는데, 어머니는 반강제적으로 서울에 사는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고 합니다. 가기 싫은 시집을 가게 된 본인은 서울로 올라가면서 어머니를 원망했고, 어미니가 자신이 미워서 그 멀리 일찍 시집을 보낸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더욱 미워졌고 결혼 후에는 한 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참석해 돌아가신 어머니 영정만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자식들을 키우면서 어느 날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남동생에게만 약을 먹인 것은, 남동생이 약을 먹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병에 걸렸기 때문인 것이었고, 자신은 약을 안 먹어도 살 병이기에 약을 먹이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멀리 서울로 시집을 보낸 것은 기회가 되었을 때, 산골에서 자란 자신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어머니의 배려가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할머니는 어머니 무덤을 찾아가 매년 그래왔듯이 절을 하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 울지만 막상 어머니의 그림자도 볼 수 없어서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부모님 살아계실 때 감사하고 효도 잘 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 덕분에 자라왔음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덕분에’라는 말과 ‘때문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의 기업가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숱한 역경을 극복하고 아흔 넷까지 살면서 수많은 성공 신화를 이룩했습니다. 그는 산하기업 570개, 종업원 13만명의 대기업 총수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일본의 마쓰시타 전기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부도난 집에 가난하게 자라서 대기업의 수장까지 된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습니다.

“첫째, 가난한 것. 둘째, 허약한 것. 셋째, 못 배운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승리비결을 한 마디로 ‘덕분에’라고 대답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갖가지 힘든 일을 하며 세상살이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고, 허약한 아이였던 ‘덕분에’ 운동을 시작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덕분에’ 만나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선생으로 여기고 모르면 묻고 배우면서 기술을 익혔다는 겁니다.

만약 그가 ‘난 가난하기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허약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무식하여 소망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때문에’ 라고 생각하니까 원망과 절망이 나오고, ‘덕분에’ 라고 생각하니까 감사와 희망이 나옵니다.

며칠 전에는 동네에서 이웃 간에 주차 시비 문제로 다투다가 남성이 이웃집 자매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웃 간에 내 집 앞에 세워 놓은 당신 차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다툼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웃들이 서로 간에 당신들 덕분에 든든하고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고 살면 더 화목하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웃이 어려우면 도와주었고, 바쁜 농사철이 되면 서로 일을 나누고 협력했습니다. 이웃의 아픔과 슬픔은 함께 나누었고, 기쁜 일이 있으면 서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한국인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아름다운 정서가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서로 ‘덕분에’ 사는 겁니다. 이제는 ‘덕분에’ 라는 말을 더욱 많이 사용하면서 모든 일에 감사하고, 더불어서 화목한 사회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