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무님들과 금성산성에 다녀왔습니다. 금성산성은 임진왜란 때 의병의 거점이 되기도 하고, 동학농민운동 때는 치열한 싸움터가 되기도 한 유서 깊은 곳입니다.

산성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고 성곽을 돌면서 ‘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공간입니다. 성 밖에 존재하는 위험한 것들을 차단하고, 성내에 있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나’라고 하는 존재도, 하나의 성과 같습니다. ‘나’라는 성은 원래 우주에서 단 하나뿐이며 독특하고 놀라운 개성을 지닌 소중한 존재입니다. 나라는 성이 엄마 뱃속에서 막 태어났을 때, 그 성은 온전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성이 열리고 세상의 많은 것들이 들고 나면서 본래의 자연스러운 온전함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저 성이 본래의 빛나는 모습을 잃고 쇠락해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와서 어지럽힌다 해도, 한 성의 성주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성의 발전을 위해 힘쓴다면 그 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 성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바로 성주입니다. 성주는 성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그 판단 여하에 따라 성이 발전하기도 하고 쇠락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라고 하는 성의 성주는 어디 있을까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바로 여기에 성주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나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마음’입니다.

마음이 바로 성에서 벌어지는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등의 모든 일을 보고받고 알며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그 성이 가는 길을 제시해 긍정적인 삶의 태도 혹은 부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훌륭한 성주가 될 수 있을까요.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음이라는 것은 정말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성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욕심과 분노로 휩싸여 자기 스스로를 어리석은 성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주가 해야만 하는 첫 번째 과제는 자신의 성을 잘 살피는 것입니다. 마치 성문에 CCTV를 달아놓고 지켜보듯이 설치된 모니터를 보며, 어떤 존재, 어떤 느낌, 어떤 감정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잘 챙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나를 괴롭히거나 요란하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것들이 다가오면 성문을 걸어잠그고 열심히 방어에 최선을 다하고, 바람직하거나 힘을 주는 것들이 들어오면 문을 활짝 열어 내 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우리들의 성주는 너무 바쁩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순간의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 나의 성에 들어와 우리를 괴롭게 만들곤 합니다.

때때로 나를 차분하게 만들고 내 삶의 모습을 고요히 지켜보는 성주가 되길 부탁합니다. 그러면 처음 우리가 출발했던 그 평화로운 온전한 성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