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정진하는 틈틈이 자투리 시간을 내어 즐겨 읽는 책 중 하나가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입니다. 평소에 자주 들렀던 고찰(古刹)임에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용들을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되기도 해서 늘 가까이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도 훌륭하지만, 제1권 머리말 중에 오래 기억되는 구절이 있습니다.

“미술사를 전공으로 삼은 이후 내가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하여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책은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다. 예술을 비롯한 문화란 아무런 노력 없이 획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역시 주변으로부터 ‘불교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럼 저는 유 교수의 말에 빗대어 이렇게 답합니다. “불교는 보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알게 됩니다.” 즉, 어떤 종교이든 그 가르침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일 때에야 비로소 그 종교의 비전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만큼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느낄 수 있고, 그 느낌 만큼 종교의 본질에 대해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특히나 자신을 관조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나아가 세상을 통찰하는 종교인만큼 보고 느끼고 아는 것이 중요한 종교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불교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불교 입문서라도 한번 찬찬히 살펴보고, 참선하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무엇에 대해 저리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인가 느껴보는 것이 불교를 이해하는 올바른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되어집니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수행의 방법으로서 팔정도(八正道)라는 것이 있습니다. 팔정도는 바르게 보고(정견·正見), 바르게 생각하고(정사유·正思惟), 바르게 말하고(정어·正語), 바르게 행동하고(정업·正業), 바른 수단으로 목숨을 유지하고(정명·正命), 바르게 노력하고(정정진·正精進), 바른 신념을 가지며(정념·正念), 바르게 마음을 안정시키는(정정·正定) 수행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바르게 보는 정견(正見)을 가장 앞에 두고 있습니다. 종교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이치가 우선 바르게 보고 바르게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은 것이냐 하는 의문은 누구나 가져본 적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럴 때면 우선 무엇이 핵심이고, 실제 일어난 일은 무엇인지 바르게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바르게 보아야만 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일반 대중들이 알고 있는 법구(法句)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아마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는 ‘모든 것은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라는 뜻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구절은 ‘화엄경(華嚴經)’의 중심 사상으로, 일체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일체의 이 세계가 마음의 세계이고,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내 마음에서 지어낸 세계라는 뜻입니다. 일체의 세계가 내 마음에서 지어낸 것이라면 그 재료가 되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진리가 아닐까 합니다.

올바른 진리에 가까운 재료라면 자신이 만들어 내는 세상도 진리에 더 가까울 것이고, 그릇된 생각으로 가득한 재료라면 아마 왜곡된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요?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재료가 필요하듯이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선 바르게 보기 위한 노력이 먼저일 것입니다. “불교는 보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알게 됩니다.” 진리는 항상 단순한 것에서 출발하는 듯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국가 그리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판단하고 실행함에 우리는 얼마만큼의 바른 안목을 갖추었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볼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바로 나가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