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속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학교 다니는 것, 공부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시험을 본 후 성적을 볼 때마다 힘이 듭니다. 친구관계에서도 조금만 신경을 덜 쓰면 서운해 하며 다투기도 합니다. 학교만 졸업하면 끝인가 싶었더니 인생의 시작은 이제부터였습니다.

좁은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피땀을 흘려야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설레기도 하지만 고민스럽기도 한 연애라는 것도 해야 하고, 남자면 군대라는 큰 관문을 넘어야 하며, 여자는 아기를 낳는 산고를 겪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군대를 전역하고, 결혼하고 애만 나면 평안해질 것 같이 보이던 인생은 다시 뛰라고 채찍질을 시작합니다. 다시 삶의 현장에 뛰어들면 일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 육아에서 오는 갈등으로 숨쉬기조차 힘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숨 쉬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한참 글을 적고 나니 인생이라는 것이 마치 고통의 연속인 것 같이 느껴지네요. 물론 부처님도 ‘인생은 고다’라고 이야기하셨고, 대종사님도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이라는 표현으로 인생의 험난함을 말씀하시긴 하셨습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중간 중간 그 고통의 순간에서도 내 삶을 웃음 짓게 해주었던 꿀 같은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만 느낄 수 있는 나에게 고통의 순간은 가혹하기만 하고 견디기 어렵기만 합니다. 꿀 같은 시간은 짧고 고통의 시간은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고통의 시간도 하나의 진리를 알면 견딜만한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진리입니다. 원불교에서는 ‘대소유무의 이치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대소유무의 이치란 ‘진리의 근본자리와 나타난 자리가 서로 있어졌다 없어졌다 변하는 이치’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대소유무의 이치 때문에 영원한 괴로움도 영원한 즐거움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겪는 그 어떤 고통도 영원한 것은 없고, 내가 누리는 어떤 즐거움도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인생의 많은 고통들이 대부분 견딜 만하게 됩니다.

뒤돌아 생각해보세요. 과거 너무 중요하고 그것 아니면 안 된다 생각했던 엄청나게 큰일도 지나고 보면 인생의 순간일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때론 의도치않게 떨어진 성적이나 수없는 직장 문턱에서의 좌절들도 지나고 보면 그저 인생의 한 장면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죽을 것 같은 이별의 아픔도 시간이 지남을 따라 무디어지고 흐려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어떤 고통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머물러 있진 않지만, 영원한 고통도 없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는 내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움직임을 하느냐에 따라서, 변하는 이치를 따라서, 고통의 시간이 언젠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준비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마냥 즐거운 시간이 때로는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칼럼을 읽고 변하는 이치를 알았다 하더라도 인생의 고통은 가슴으로 깊이 느껴지고, 즐거움은 짧기만 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고해의 바다에 삶이 늘 흐르고 있고,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행복한 시간이 온다는 것을 통찰하고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이치와 ‘그 변하는 것의 책임은 내게 있다’라는 것을 안다면 괴로운 시간이 스스로 책임지며 좀 더 견디기 편안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