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자신을 여행하는 섬, 나오시마- 주홍
2015년 05월 04일(월) 00:00
쓸모 없는 것은 없다네 … 새로 태어날 뿐이지
오랫동안 비어있던 일본 나오시마 동네 치과 병원이 작품 ‘하이샤(치과)’가 됐다. 엉뚱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니 유쾌하게 웃게 하는 힘이 있었다. 동네의 낙서들이나 자기 자신의 꿈과 관련된 이미지들이 진료실이었던 공간을 미술관으로 바꾸고 화장실을 설치미술로 바꾸었다.

거기에 들어가 있는 것들은 작가의 기억이자, 섬사람들의 기억이고 관객들의 기억이 되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을 재생시킨 예술에는 시간을 뛰어넘는 이야기와 판타지가 살아있다.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변신한 치과건물은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드나들고 있었다.

또 하나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무너져가던 동네에 하나뿐인 대중목욕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오래되어 타일이 떨어지고 콘크리트에 철근이 튀어나와 있는 것도 군데군데 보인다. 무너진 것을 그대로 살리고 예술가의 작품으로 재생되어 관광객도 일본식 대중목욕탕에서 목욕할 수 있다.

티켓을 끊고 들어가면 일본식 목욕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신선하지 아니한가! 여행 중 예술가의 손에 의해 재생된 작품 속에서 목욕을 즐기고 나오는 새로운 경험의 선물이라니. 대중목욕탕 작품 제목은 ‘아이러브유I♡湯’(湯은 일본어로 ‘유’로 읽힌다. ‘목욕이 좋아’라는 뜻)다.

두 작품 모두 이에(빈집)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두 개의 건물은 작가의 창의적이고 기발한 뇌 속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이름은 오오타케 신로다.

일본 세토내해에 떠 있는 작은 섬 나오시마는 재생의 섬, 혹은 예술의 섬으로 불린다. 폐허가 된 구리공장을 예술작품으로 바꾸고,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집들이 예술작품이 되어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그 중 1997년 혼무라 지구의 어떤 주민이 가옥 기증 의사를 전해오면서 시작되었다. 혼무라는 나오시마에서도 오래된 곳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빈 집이 많아진 지역이다. 이곳을 예술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이에 프로젝트다.

현대미술은 관객과 작품을 구분하지 않는다. 관객의 어떤 행동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주민들이 창작자가 되기도 한다. 섬을 찾은 현대미술가들은 섬사람들의 기억을 담아 작품을 완성했다. 그 기억을 채워주는 것은 섬사람들이었다. 사용하던 오래된 물건들을 작가에게 가져와 꼭 작품에 사용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는 것이다

나오시마에는 시간의 흔적과 현대미술가의 엉뚱하고 재기 발랄함이 곳곳에 살아있다. 현대미술에 대해 모르는 관광객들도 흥미롭고, 작품 속에 들어가 결국 여행 중인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게 한다. 나오시마의 작품들은 곧 찾아오는 사람으로 인해 완성되고 있었다.

나오시마에는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과 빨간 호박이 산뜻하게 서 있고, 지추미술관, 베네세하우스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등 세계적인 걸작들을 볼 수 있는 미술관들이 있다. 예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안목, 그 관리 시스템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후쿠타케 소이치로 베네세 홀딩스 이사장이 1988년 나오시마 문화촌을 구상하면서부터 나오시마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됐다. 공장이나 산업폐기물을 버리려던 곳, 자연이 훼손된 곳 등 문제가 된 공간이나 지역을 사들여 나오시마섬을 예술의 섬으로 만든 것이다.

밖에 나가면 우리가 잘 보인다. 예술의 도시 광주에도 도심재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문화사업을 하고 있는 후쿠타케 소이치로와 같은 생각과 실천력이 광주에 지금 절실하다.



주홍

-중앙대 대학원 미술학 석사, 원광대 대학원 보건학(예술치료 전공) 박사

-개인전 16회

-2012년 5·18전야제 샌드애니메이션 공연, 2010 광주세계光엑스포 시민파빌리온 전시 커미셔너, 2008 광주시 문화예술상(허백련 특별상)·광주비엔날레 공훈상·제3회 광주미술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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