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 현장에서
2015년 05월 21일(목) 00:00 가가
정 홍 성
전남대병원 외과 전공의
전남대병원 외과 전공의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기 안. 잔에 담긴 커피가 출렁이며 일부 쏟아진다. 난기류가 심해 기체가 자꾸 흔들렸다.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확실히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모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돕기 위해 가는 사람들. 표정은 다들 비슷하다. 근심, 걱정, 비장함.
지난 4월 25일 규모 7.8의 지진이 네팔을 흔들어 놓았다. 5월 7일 출발 직전까지 추정되는 사망자는 8000명에 이르고 있었다. 세계 최빈국 국가에서 81년만의 대지진이란다.
비행기 내부에서 초심을 다잡았다. 내가 의사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유년시절의 순수한 동기에서부터 현재 소속된 외과를 지원했을 때의 다짐까지 나에게는 이 출발이 나의 인생에 있어 새로운 시작이 될 것 같은 기대와 긴장감을 갖게 했다.
카트만두에서 목적지를 향해 버스가 출발한다. 곳곳마다 무너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운동장에 수많은 텐트가 모여있는 곳도 보였다. 지진 이후 사람들이 대피해서 생활하는 곳이란다. 위험 천만한 천길 낭떠러지와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를 3시간 30분쯤 지났을까. 여럿의 사람들과 마을이 보인다.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먼저 표현했다.
랄릿푸르 마니킬마을의 한 병원 건물이 우리의 베이스 캠프가 되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많은 주민들이 이미 소문을 듣고 몰려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간지역에서 농사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이곳 주민들은 많은 짐을 지고 산을 넘나들어야 하는 일 특성상 대부분 여러 부위의 관절통, 근육통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지진 여파로 인해 더욱 심하게 고통스러워했다. 또한 임산부들은 지진 이후 태아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산부인과 검진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의료팀은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각자의 전공분야에 대한 환자들에게 주사 및 투약, 상처 처치 등을 서둘러 시행했다. 도착하고 진료를 시작한 지 두시간 만에 100여명의 환자들이 다녀갔다.
해는 지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둠속에서 작은 불빛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갑자기 누군가 소리친다. 응급환자란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절뚝거리는 상태로 부축돼 왔다.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진 환자다. 우선적으로 의식상태를 확인 후 외상 상태를 체크한다. 바이탈 확인 및 신체 검진상 흉부, 복부, 골반의 치명적인 내부손상이 의심되지는 않는다. 이마에서부터 윗입술까지 안면부에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찢어진 상처가 확인됐다. 윗입술 상부의 상처는 구강 점막까지 관통돼 있으며 이마의 상처는 전두근육이 찢어져 있다. 상처 세척 및 소독, 마취 후 일차봉합을 하기로 결정한다. 치과 박석인 원장님과 함께 각자의 수술 기구를 들고 상처를 꿰맸다. 어둠속에서 헤드랜턴과 주위 손전등의 도움을 받아 약 3시간에 걸쳐 환자의 응급치료가 마무리됐다. 다음날 상처 소독 및 항생제 주사를 위해 내원한 환자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초기외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지연성 손상은 없음을 확인했다.
우리 구호팀은 첫 이틀간의 진료를 통해 지리적 여건상 방문구호 및 진료가 필요함을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방문 팀을 구성했다. 월요일 인근 마을을 직접 걸어가 도와줌을 시작으로 화요일, 수요일에는 차량을 통해 최대 1시간 거리의 마을까지 방문 구호를 진행하였다. 일부 지진 피해가 심한 마을에서는 많은 가구들이 본래의 터전을 잃고 주변에 천막을 설치하여 그곳에서 어렵게나마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상당수의 주민들이 불량한 위생상태로 인해 기관지 증세, 소화곤란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여기저기의 관절통, 근육통 및 두통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진료를 위해 자리를 잡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사 및 투약을 위해 서로 몰려들었다. 진료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남은 약 하나라도 더 가져가기 위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손을 내밀었다.
총 5일간 600여명의 환자들이 우리들의 손을 거쳐갔다. 물론 의학적인 판단으로 봤을 때 ‘이 사람 환자 맞아’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소위 말하는 ‘나이롱환자’도 상당히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옛다’하고 건네주는 약, 파스, 연고 하나로 지진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이것도 그들에게 제법 효과가 있는 치료라고 생각한다.
이곳 사람들은 참 착하고 순박했다. 5월 12일 두 번째의 강진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니 이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가 더 와닿게 되었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곳에서 또 다른 큰 지진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이들이 걱정된다. 이 순수한 사람들이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을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디 잊지 않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지난 4월 25일 규모 7.8의 지진이 네팔을 흔들어 놓았다. 5월 7일 출발 직전까지 추정되는 사망자는 8000명에 이르고 있었다. 세계 최빈국 국가에서 81년만의 대지진이란다.
카트만두에서 목적지를 향해 버스가 출발한다. 곳곳마다 무너진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운동장에 수많은 텐트가 모여있는 곳도 보였다. 지진 이후 사람들이 대피해서 생활하는 곳이란다. 위험 천만한 천길 낭떠러지와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를 3시간 30분쯤 지났을까. 여럿의 사람들과 마을이 보인다.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먼저 표현했다.
산간지역에서 농사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이곳 주민들은 많은 짐을 지고 산을 넘나들어야 하는 일 특성상 대부분 여러 부위의 관절통, 근육통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지진 여파로 인해 더욱 심하게 고통스러워했다. 또한 임산부들은 지진 이후 태아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도 산부인과 검진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해는 지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둠속에서 작은 불빛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갑자기 누군가 소리친다. 응급환자란다.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절뚝거리는 상태로 부축돼 왔다.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진 환자다. 우선적으로 의식상태를 확인 후 외상 상태를 체크한다. 바이탈 확인 및 신체 검진상 흉부, 복부, 골반의 치명적인 내부손상이 의심되지는 않는다. 이마에서부터 윗입술까지 안면부에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찢어진 상처가 확인됐다. 윗입술 상부의 상처는 구강 점막까지 관통돼 있으며 이마의 상처는 전두근육이 찢어져 있다. 상처 세척 및 소독, 마취 후 일차봉합을 하기로 결정한다. 치과 박석인 원장님과 함께 각자의 수술 기구를 들고 상처를 꿰맸다. 어둠속에서 헤드랜턴과 주위 손전등의 도움을 받아 약 3시간에 걸쳐 환자의 응급치료가 마무리됐다. 다음날 상처 소독 및 항생제 주사를 위해 내원한 환자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초기외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지연성 손상은 없음을 확인했다.
우리 구호팀은 첫 이틀간의 진료를 통해 지리적 여건상 방문구호 및 진료가 필요함을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방문 팀을 구성했다. 월요일 인근 마을을 직접 걸어가 도와줌을 시작으로 화요일, 수요일에는 차량을 통해 최대 1시간 거리의 마을까지 방문 구호를 진행하였다. 일부 지진 피해가 심한 마을에서는 많은 가구들이 본래의 터전을 잃고 주변에 천막을 설치하여 그곳에서 어렵게나마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상당수의 주민들이 불량한 위생상태로 인해 기관지 증세, 소화곤란을 호소하고 있었으며 여기저기의 관절통, 근육통 및 두통은 누구나 가지고 있었다. 진료를 위해 자리를 잡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사 및 투약을 위해 서로 몰려들었다. 진료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남은 약 하나라도 더 가져가기 위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손을 내밀었다.
총 5일간 600여명의 환자들이 우리들의 손을 거쳐갔다. 물론 의학적인 판단으로 봤을 때 ‘이 사람 환자 맞아’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소위 말하는 ‘나이롱환자’도 상당히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옛다’하고 건네주는 약, 파스, 연고 하나로 지진의 정신적 충격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이것도 그들에게 제법 효과가 있는 치료라고 생각한다.
이곳 사람들은 참 착하고 순박했다. 5월 12일 두 번째의 강진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니 이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가 더 와닿게 되었으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곳에서 또 다른 큰 지진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이들이 걱정된다. 이 순수한 사람들이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을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부디 잊지 않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