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인간에 대한 예의일까?
2015년 05월 29일(금) 00:00 가가
김 영 철
광주 남동 5·18기념성당 주임신부
광주 남동 5·18기념성당 주임신부
저는 기암괴석과 숲이 어울려 소금강이라 부르는 영암 월출산 자락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우리 마을은 사슴 바위라는 뜻의 녹암(鹿岩)마을이라 불립니다. 녹암마을엔 저와 늘 뛰어놀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친구들은 월출산을 놀이터 삼아 놀곤 했습니다. 바위를 기어오르고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 산에서 나는 열매를 간식 삼아 먹기도 했습니다. 여름엔 마을 저수지에서 발가벗고 헤엄을 치며 더위를 식히기도 했습니다. 친구들 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 소심한 아이, 쾌활한 아이, 함께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 성질 급한 아이, 말을 함부로 하는 아이, 이기적인 아이, 남을 도와주길 좋아하는 아이 등. 모두 달랐으나 우리는 하나같이 자연이 주는 혜택을 온몸으로 느끼고 받으며 자연인으로 늘 함께 우정을 쌓으며 그렇게 친구라는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최근에 어린 시절 한 마을에 살던 그 친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가끔 시간이 되는 친구끼리 밥을 먹기도 했지만, 함께 월출산에 오르며 정다운 시간을 보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인생길을 걷고 있고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 성격을 지닌 채 살아가지만 친구라는 이름으로 한마음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서로의 처지와 삶을 긍정하고 이해하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톨릭 사제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입니다. 각자의 다름만큼이나 다양하게 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인간다운 정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쉽게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사탕이나 과자를 건네시는 분, 쌈짓돈을 주머니에 찔러주시는 분, 좋은 책이라며 읽어보라고 책을 선물하시는 분, 밥 한 끼 하자는 분 등 이런 분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제게 격려의 말과 칭찬의 말을 하시는 분,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우니 기도해달라는 분 등은 내 존재의 이유를 알아주는 것 같아서 은근 행복합니다. 그분들의 정성이든 부탁이든 마음이 느껴져서 기꺼이 그런 마음을 받아들입니다.
또 조금은 살맛을 떨어뜨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나 말로 나를 당황하게 하는 분, 모든 것을 비관적, 부정적으로 보는 분, 가끔 뒷담화 하는 분, 늘 불평불만인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마음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살맛 떨어지게 하고 기운 빠지게 합니다. 그래도 좋은 말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기에 그런 마음도 보듬어 안아 받아들입니다.
여기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 일명 ‘대수천’이라는 모임입니다. 이들은 지난 4월 ‘친북반미반정부 정치사제 100인’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와 옥현진시몬 보좌주교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제들은 친북반미반정부 인사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사제들은 저지른 악행들을 뉘우치고 돌아오라며 입으로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자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속마음에는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이 가진 어려움과 불만을 가진 자에 대한 적개심으로 전환시켜 사회를 뒤집어엎겠다는 폭력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사제들을 ‘반역자’나 ‘마귀집단’ 운운합니다. 자신들의 뜻과 생각이 다르다고, 더구나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를 모두 친북반미반정부, 반역, 마귀들로 몰아붙이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살다 보면 서로 뜻이 다른 것은 흔한 일입니다. 가톨릭교회도 하느님에 신앙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각자의 생각을 피력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인간에 대해 이렇게 가르칩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다. 인간이 그만큼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니, 그 인간의 모습으로 하느님이 친히 이 세상에 오셨다. 바로 예수그리스도가 그분이시다.”
한마디로 인간은 존귀하고 품위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린 항상 상대방에게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다른 이의 삶과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은 자신의 품위와 존귀함을 스스로 벗어던지는 것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무엇이 인간을 살리는 길인지, 무엇이 정의와 평화의 길인지, 하나 되는 길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길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예의는 어디까지일까요?
또 조금은 살맛을 떨어뜨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나 말로 나를 당황하게 하는 분, 모든 것을 비관적, 부정적으로 보는 분, 가끔 뒷담화 하는 분, 늘 불평불만인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마음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살맛 떨어지게 하고 기운 빠지게 합니다. 그래도 좋은 말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기에 그런 마음도 보듬어 안아 받아들입니다.
여기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 일명 ‘대수천’이라는 모임입니다. 이들은 지난 4월 ‘친북반미반정부 정치사제 100인’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와 옥현진시몬 보좌주교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제들은 친북반미반정부 인사라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사제들은 저지른 악행들을 뉘우치고 돌아오라며 입으로는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자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속마음에는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이 가진 어려움과 불만을 가진 자에 대한 적개심으로 전환시켜 사회를 뒤집어엎겠다는 폭력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사제들을 ‘반역자’나 ‘마귀집단’ 운운합니다. 자신들의 뜻과 생각이 다르다고, 더구나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를 모두 친북반미반정부, 반역, 마귀들로 몰아붙이는 것은 도를 넘어선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살다 보면 서로 뜻이 다른 것은 흔한 일입니다. 가톨릭교회도 하느님에 신앙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각자의 생각을 피력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인간에 대해 이렇게 가르칩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다. 인간이 그만큼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이니, 그 인간의 모습으로 하느님이 친히 이 세상에 오셨다. 바로 예수그리스도가 그분이시다.”
한마디로 인간은 존귀하고 품위 있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린 항상 상대방에게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대해야 합니다. 다른 이의 삶과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은 자신의 품위와 존귀함을 스스로 벗어던지는 것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무엇이 인간을 살리는 길인지, 무엇이 정의와 평화의 길인지, 하나 되는 길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길에 있어서, 인간에 대한 예의는 어디까지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