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경력 20년차인 김모(48)부장은 남모를 고민에 빠져 있다. 끊어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금연을 미루고 있던 차에 최근 오전 시간에 담배를 피우면 왼쪽 가슴이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작년에 직장 입사동기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고가 연상돼 꺼림칙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심장마비로 알려진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여 생기는 치명적인 사고다.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성 질환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망한 직장동기는 거기에 해당되는 질환은 하나도 없었고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었다. 다만 김부장이 근무하는 회사의 특성상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업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편인데다 사망한 동기의 경우 지나칠 정도로 흡연을 즐겨했다. 김부장 역시 애연가인데다 주량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폭음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욱 불안해진다.

실제로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 사고로 사망한 환자 중 50%는 전혀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관련 병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러한 죽음들을 ‘돌연사 증후군’이라 일컫는다. 돌연사는 치명적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죽음에 대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정리도 안되고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가장의 급사는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돌연사는 왜 일어났을까?

앞서 말했듯 심근경색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생기는 치명적 질환이다. 일단 완전히 막히고 2∼6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관상동맥은 혈전이 쌓여서 서서히 막힐 수도 있고(물론 이런 경우에는 협심증 증상이 나타나 어느 정도 대비는 가능하다) 사전에 아무런 증상이 없이 갑자기 막힐 수도 있다. 그렇다면 후자의 경우는 무엇 때문일까?

혈관의 구조를 보면 혈관의 가장 안쪽 부분은 내피세포가 물고기 비늘처럼 겹쳐 덥혀 있어 혈류의 거친 흐름에도 우리 혈관을 잘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겪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촉진해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는 한편, 혈관을 수축시켜 동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주로 혈관이 갈라지는 분지관이나 혈관이 곡선모양을 이루는 지점에서 혈류속도가 빨라진다. 이에 따라서 혈관곡선의 안쪽 부분에 혈액이 재순환(역류)하는 과정에 내피세포가 거꾸로 말려지면서 혈관내막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고 거기에 혈소판이 응집되면서 순식간에 혈전이 쌓이게 된다. 또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어떤 시점에 이르러 마치 방아쇠를 당기 듯 극심한 스트레스에 처하게 되었을 때, 혈관의 극단적인 수축이 일어나면서 완전히 막히게 돼 급성심근경색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은 마치 우리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거기에 피 떡이 엉겨 붙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때까지 우리가 미리 알아차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세계로병원은 코로나이저라는 장비를 도입했다. 코로나이저는 맥파를 이용해 비 침습적 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다. 비침습적 검사는 X선 검사나 CT 촬영처럼 인체에 데미지를 주지 않고 하는 검사를 뜻한다.

이 장비는 심장 부위의 피부에 붙이는 센서를 통해 심박출량과 심혈관 동맥경화도, 관상동맥 혈류량, 혈류 속도, 혈류 저항 등을 계산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발병 위험을 진단할 수 있다. 최근 특허를 받은 장비로, 기존처럼 동맥경화도만을 검진하는 수준이 아니라 심장의 수축·이완 전 과정에서의 혈압 및 혈류의 특성을 파악해 심혈관의 구체적인 상태를 분석하고 진단한다.

마지막으로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식습관의 개선과 더불어 스트레스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당장 담배부터 끊고 볼일이다. 담배 속의 니코틴은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이 빨라지고 혈관이 수축하듯 똑 같은 역할을 하게 되고, 하루에 4∼5개피만 피워도 원시인이 매일 맹수를 마주치는 스트레스 효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줄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끊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