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가 다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치과병원을 찾아오셨다. 아래턱 잇몸 아래쪽이 한 달 전부터 붓고 아프기 시작했지만 참을만 해 참고 있었단다. 하지만, 고름이 나오기 시작해 치과에 갔더니 방사선사진을 찍어보고 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입 안 임상검사와 방사선 사진검사를 했다. 진단결과는 아래턱 작은 어금니 부위에 치아종(치아성분으로 구성된 양성종양)이 상당히 커져 있고, 치아종을 둘러싸고 낭(물혹)이 생겨 뼈가 얇아지고 팽창해 있으며, 이 부위가 입안에 노출돼 감염이 된 상태였다. 더욱 큰 문제는 치아종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치아종이 아래턱 아래 부위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뼈를 거의 다 차지한 상태였다. 감염이 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치아종과 낭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인데, 치아종이 너무 커져 있고 낭에 의해서 뼈가 얇아져 있기 때문에 수술 후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분의 경우는 치아종을 10대나 20대에 발견했더라면, 아니면 적어도 지금보다 10년만 더 빨리 발견했어도 이렇게까지는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있다. 젊어서 발견했다면 치아종이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고, 10년만 더 빨리 발견했다면 낭이 함께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이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높다는 것도 난감한 문제였다.

치아종은 정상 치아가 발생하는 시기에 함께 발생한다. 정상 치아가 성숙해 모양이 완성되는 동안 치아종도 점차 커지고, 정상 치아의 뿌리가 완성돼 발육이 다 끝나게 되면, 치아종의 성장도 멈추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러나 어떤 치아종은 이 환자에서와 같이 느리게 지속적으로 크는 경우가 있고, 또한 치아종을 둘러싸고 낭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치아종은 보통 악골의 팽창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단되지 않고 환자가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우연히 치과에서 방사선사진을 촬영하고 발견된다. 또 어떤 경우는 치아종이 점차 커지면서 옆에 있는 정상 치아를 밀어 치아가 틀어지기도 하는데, 교정 치료를 받기 위해 방사선사진검사를 했다가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치아종은 보통 10대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아마도 그 시기에 젖니(유치) 발거, 충치 치료, 교정 치료 등의 이유로 치과에 방문하여 방사선사진 검사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치아종을 10대에 발견하는 경우는 치아종의 크기가 아직 작고,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은 연령대이므로 수술에 대한 부담감도 낮고, 수술 후 합병증도 적다. 10대에 발견한다면 이 환자와 같이 낭이 생기거나 아래턱이 감염되거나 하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치료는 당연히 훨씬 쉬워진다.

낭과 양성종양은 성장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자라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주어야 한다.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골이 커가는 것을 호소하며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질환이 뼈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환자는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낭과 양성종양의 발견은 빠를수록 치료가 쉬워지고 치료결과도 좋다. 낭과 양성종양 중에서는 치아종과 같이 10대에 흔히 진단될 수 있는 질환들이 있기 때문에 어린 나이이며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치과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치아종의 경우와 같이 전혀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병들이 있다. 영원히 조용히 있으면 좋으련만, 서서히 진행되고 커져서 증상을 일으킬 때 치료하려하면 너무나 힘든 수술이 되고 마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의 낭, 양성 종양의 경우가 이러한 조용한 병에 해당한다. 이러한 질환들은 치과에서 촬영하는 파노라마 방사선사진 한 장이면 쉽게 발견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