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기본을 뛰어 넘는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옷의 기능이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수단되었고, 먹는 것도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을 넘어 즐기기 위해 먹는 것이 더 많아졌다. 집이란 것도 자신의 생활공간을 확보하고 보호받는 기능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수단이 되어 있다.

각자의 집은 자신에 맞게 구상하고 지어지고 사용되어진다. 집은 ‘건축물(building)’이고, 일련의 과정을 ‘건축(architecture)’이라고 한다. 건축물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만나고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실질적인 장소와 공간을 제공한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건축의 본질을 알려하지 않고, 관심도 미약하다. 건축은 우리네 삶에서 매우 중요한데 일부 부동산으로서 건설(construction)에만 관심을 갖는 데는 아쉬움이 많다.

건축물의 법적 소유권은 개인이나 단체의 것이지만, 소유권을 넘어 공공의 성격이 아주 강하다. 건축물은 그저 지어진 채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도시경관과 풍경을 만들어 삶의 수준을 규정짓고, 도시 이미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건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축은 단지 건축물을 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건축기본법’에서 ‘건축’은 건축물과 공간 환경을 짓기 위해 기획하고 설계하며, 시공하고 나아가 그 건축물이 유지 관리하는 일 전체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건축기본법’의 제정 취지를 공유했으면 한다. 2008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이다. ‘건축물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조정하고 수용하는 공적공간이며, 나아가 장차 미래세대에게 계승되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공공성을 지닌다. 그 건축물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통하여 건축분야의 기본적인 정책이념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책무를 밝히고 필요한 시책을 수립·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여 건축문화를 진흥하고 국민의 삶의 질과 복리향상에 이바지하려는 것’이 제정 이유다.

여기에서 주요 내용은 행정과 국민이 ‘기본’인‘건축의 공공성’확보를 위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생활공간적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 계획 또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용자의 건강과 장애인ㆍ노약자ㆍ임산부 등의 이용을 배려하여 조성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하며,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 건축물 및 공간환경을 안전하게 조성하고 그 안전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둘째, 시회적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다원적(多元的) 문화에 부응하고 미래사회의 문화적 요구변화와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건축물 및 공간환경이 미래세대에 계승되는 사회ㆍ경제적 자산으로서 조성되고,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셋째, 문화적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 건축물 및 공간환경을 조성하여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건축의 문화적 가치가 향상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창의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풍토나 역사 또는 환경에 적합하게 조성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은 여러 과정과 많은 사람들의 1차원적인 노동을 거처 공간으로 태어난다. 그 공간은 시간의 흐름 속에, 인간들의 사용을 통해서 천천히 완성되어 간다. 공간·시간·인간들 속에 이야기(story)가 생기면, 건축은 역사(history)가 된다. 건축이 이야기와 함께 할 때 문화유산이 되고, 역사적 자산으로 남게 된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생각해 봐도 그리하지 않는가?

일상의 시작은 나의 공간인 방에서 시작하여, 집, 동네(마을), 도시로 이여진다. 어느 한 순간도 건축물과 따로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든 건축물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삶은 다시 그 도시를 닮을 수밖에 없다. 이들 생활의 켜들이 우리네 역사가 되기에 우리가 ‘건축’의 기본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