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숲을 깨우는 새들의 지저귐, 뺨을 스치는 공기의 청량함, 스님들의 고요한 염불소리…. 이른 새벽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면 매일 찾아오는 느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면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가장 감명 깊었다고 토로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숨 가쁜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산중에 있는 사찰이 줄 수 있는 선물은 도시의 일상과 거꾸로 가는 체험일 것입니다.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몸을 쉬게 하고 무수한 걱정과 번뇌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작은 이른 새벽 좌복에 앉아 명상을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듀크대에서 불교학을 가르치는 일미스님은 미국에서 명상수행을 해 봤거나 하고 있는 사람이 인구의 30%를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그들의 명상수행이 특정한 종교집단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뇌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전파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행복’이라는 인류의 오래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마음수행 명상’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심지어는 일반화 되고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입니다. 재미있는 일은 미국에서 유행하는 명상의 내용이 불교의 참선수행과 거의 같지만 불교라는 종교색을 띠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각자의 종교를 바꾸지 않고도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명상수행을 하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는 다양한 종교색을 띠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템플스테이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자리에 앉아서 마음을 다스립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첫 번째 기술로 호흡에 집중하는 훈련을 합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호흡을 하면서도 그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호흡부터 달라집니다.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한숨이 나거나 떨리는 것은 마음의 변화가 호흡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흡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립니다. 이러한 호흡관은 그냥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매일 연습을 통해서 몸으로 체득하는 공부입니다.

먼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코 끝에 느껴지는 숨결, 바람이 부딪치는 곳의 느낌을 알아차립니다. 사람마다 코끝일 수도 있고 입술과 코끝 사이일수도 있습니다. 자꾸 옮겨 다니면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곳, 바람이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곳을 정해서 지켜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들고 나는 공기가 더욱더 분명해집니다.

이제 들숨과 날숨의 시작과 끝을 알아차리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마음속에 온갖 생각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내가 짓는 것도 있지만 내 뜻과 상관없이 스스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 생각을 쫓아가지도 그 생각을 막아서지도 않습니다. 그냥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이라는 것은 파도처럼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오직 숨이 들고 나는 것을 지켜보며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숨이 미세해지고 고요해지면 마음에 심상이 맺히기도 합니다. 심상이 나타나더라도 그냥 계속 호흡에 집중합니다. 이것이 백련사에서 하는 명상수행의 시작입니다.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자기를 바로 보면서 살 수 있게 하는 수행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