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행정을 맨눈으로 보면서 의정활동을 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 보며 부족했던 점을 채우고 나아갈 길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뒤돌아보니 오직 시민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변하지 않았지만 제 스스로도 얼마나 효율적인 활동을 했고, 또 의미 있는 존재였는가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더군요. 그렇지만 매순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현장을 방문해 직접 보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올라옵니다.

4조3000억원이 넘는 광주시 예산과 결산의 검토, 상임위의 현장방문과 강원도·충청도·서울 등지의 견학, 행정사무감사, 조례 발의 등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타인의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자신의 몸을 곧게 세워 일을 진행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어느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몸을 곧게 세워야 하는 이유는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시민에 대한 의무가 가장 크지만, 7대 의회 구성의 앞뒤로 펼쳐졌던 정치사회적 일들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기억의 편린들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2013년 말 한국 사회에서 숱하게 물었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까지 닿게 되었습니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원 4213명의 직위해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마을을 지키기 위해 음독자살하는 시골 촌로 등,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침묵했던 우리 사회가 한 대학생의 대자보를 보며 불같이 일어섰습니다. 하지만 불과 넉 달이 채 지나지 않은 4월 16일 세월호의 침몰로 295명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에게 돌아가고 아직도 9명의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았기에 ‘안녕하시냐’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염장을 지르는 일이 될까봐 쉽게 꺼내지 못 했습니다.

슬픈 일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16명의 사망자를 냈던 판교 환풍구 사고야 우리 지역이 아니라고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22명의 희생자가 나온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담양펜션 화재 사고 등 한숨과 눈물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의회에 들어오기 직전과 직후에 몰려 있었던 대형화재들은 의정활동의 중심을 안전으로 맞춰놓았습니다. 사후약방문 같은 느낌도 들지만 다시는 이런 어이없는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최선을 다해 점검하고 고쳐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강했습니다. 그렇기에 제 몸을 곧게 세우고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우울한 마음에 편치 않은 내용으로 글이 이어진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광주에서만큼은 더 이상 헛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챙기고 또 챙기겠습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 모든 영광은 광주시민의 것입니다. 주먹밥을 나누던 시민의식이 세계 청년들에게 환대와 정성으로 발휘되었고, 세계를 감동시킨 광주정신은 위대했습니다. 숱한 어려움을 겪고 안타까운 사고들에 가슴을 쥐어뜯는 아픔을 느끼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는 것은 광주시민이 가지고 있는 광주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광주시민들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의회로 첫 출근하며 다짐했던 마음 그대로 하루하루를 채워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