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28일로 종결 국면에 이르렀다. 지난 5월 20일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래 69일만이다. 이번 사태는 작은 불씨 하나가 이 사회를 커다란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번 메르스는 중동 여행 중에 감염된 단 한사람에 의해서 시작됐다. 그리고 몇 사람의 수퍼 전파자에 의해 대대적으로 확산됐다.

수퍼 전파자는 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다른 개인보다 특별히 많은 2차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숙주를 말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 학자들은 최소 8명에게 사스를 전염시킨 개인을 수퍼 전파자로 정의하였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1번 환자와 14번 환자가 각각 30여명, 80여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메르스 확진자의 절반이 이 두 사람의 수퍼 전파자에 의해 감염됐다.

메르스 확진자 98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수퍼 전파자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확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퍼전파자는 발병에서 확진까지 평균 8.2일이 걸렸지만, 나머지 환자들은 평균 4.6일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둘째, ‘폐렴’ 여부이다. 폐렴 환자는 폐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하기 때문에 전파가능성도 커진다. 수퍼 전파자는 확진이 늦어지면서 폐렴 증상이 심해지고 병원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된 셈이다. 1번째 메르스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9일이나 걸렸고, 그동안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효과적인 격리가 힘들어졌다. 14번 환자도 평택굿모닝 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면서 다른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감염시켰다.

문제의 14번 환자는 자신이 수퍼전파자라는 사실을 퇴원 무렵에 알았다고 한다. 그는 병실에서 뉴스를 보다 “저렇게 많이 (메르스를) 감염시킨 사람이 있어요?”라고 의료진에게 묻기도 했다고 한다. 바이러스 전염이 무서운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퍼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말콤 글래드는 그의 책 ‘티핑 포인트’에서 전염은 어떤 극적인 순간에 발생하여 소멸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것이 한꺼번에 갑자기 변화하고 전염되는 극적인 순간을 ‘티핑 포인트’라고 이름 지었다. 그에 따르면 전염병뿐만 아니라 범죄나 패션에도 전염이 있으며 그 외의 모든 것들도 바이러스처럼 전염된다는 것이다.

티핑 포인트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다. 소수의 법칙은 전염성을 전파시킬 능력이 있는 그런 예외적인 사람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퍼 전파자이다. 고착성 요소는 전염되는 메시지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특수한 방식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대한민국 모든 뉴스를 덮어버리는 초대형 이슈가 됐다. 마지막으로 상황의 힘은 한국의 응급실 문화, 간병 문화가 메르스를 전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와 유행에는 공통점이 많다. 전염성이 있으며, 작은 것이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이런 변화가 어느 순간에 발생한다. 특히 수퍼 전파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실로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