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합니다. 현지 가이드를 만나 호텔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현지어는 그 나라의 인사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들이 제일 많이 아는 단어도 당연히 “안녕하세요”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여행하고 나면 최소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알고 떠납니다.

오래전, 동남아 여행 때의 일입니다. 현지 가이드에게 현지어를 여러가지 배웠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건 “나마스떼(namaste)”라는 인사말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두 손을 합장하고 머리를 살짝 숙이며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합니다. 가이드는 우리나라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과 같다고 했습니다.

인도와 네팔, 티벳의 인사말 ‘나마스떼’에 깊은 뜻이 있다는걸 알게 된 건 지난해 여름, 호남지역 종교인 영성모임에 참석해서입니다. 보성에 있는 대원사 현장스님이 이 모임의 대표로 있어 지난해에는 대원사에 갔습니다. 아실암 옆 계곡물에 목욕도 하고 티벳 불교 박물관을 관람하였습니다. 그때 현장스님이 손부채를 선물로 주었는데 부채에 ‘내 안의 부처가 당신 안의 신에게 예배합니다’라는 글귀를 써주시며 인도의 인사말인 “나마스떼”가 가지고 있는 뜻도 설명해주었습니다.

인도는 신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름 있는 신이 300이 넘고, 이름 없는 신까지 합치면 3000이 넘습니다. 심지어는 일억의 신들이 있다고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자가 모시는 신들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습니다. “나마스떼”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모시는 신을 존중하며 그분에게 머리 숙여 절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신을 믿든지 당신이 믿고 있는 신을 존중한다는 뜻이고, 결국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두 손 모아 인사를 합니다.

이렇듯 종교는 인간 내면의 영성 문제를 다룹니다. 우리의 참 나를 찾게 되면 그 안에는 맑고 고요하며 한점 티끌도 머물지 못하는 근본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근본 마음을 성품이라고도 합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해맑고 순수하기 때문에 어머니로부터 천록(天祿)이 나오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심이 생겨 그것이 끊어진다 하였습니다.

우리의 맑은 마음도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意)의 육근(六根)동작으로 수많은 정보가 축적되고 과거의 업으로부터 현재까지 쌓인 욕심과 분별심들이 서로의 간격을 짓고 파당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성은 그 분별심과 주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감싸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뜻이고 부처님의 마음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였고 부처님은 “사생일신(四生一身)이므로 만물을 죽이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님은 모두가 부처이니 “일마다 불공하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깨닫는다는 것도 내 안에 깊이 숨어 있는 부처(참마음)를 찾는 것이고 네 안의 깊은 곳에 간직한 신(하나님)을 인정하며 교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혜안으로 살아갈 때 지금 우리가 갈등하고 원망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될 것입니다.

오늘도 만나는 인연들에게 마음 모아 “나마스떼”를 속으로 음미하며 “내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이 당신 안에 깃든 성스러운 신성께 경배합니다”라고 인사를 해 봅시다. 마음이 맑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밝아질 것입니다.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