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해남의 불자들이 찾아왔습니다. 고3 자녀를 둔 불자들이었는데 인근에 수능 백일기도를 하는 사찰이 없다면서 스님께서 해 주시면 자신들도 동참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심의 사찰은 대학입시 때마다 기도를 하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이곳 시골은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수능기도를 하는 사찰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백련사에서는 처음으로 수능 백일기도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이 기도는 반드시 성취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확신하면서 기도를 해도 소원성취가 되기 싶지 않은데 흔들리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기도가 잘 이루어지겠습니까!

두 번째로 일정한 장소와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찰에서는 늘 정해진 시간에 대웅보전에서 기도를 합니다. 그것은 마음은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집에서 기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평쯤 되는 공간에 방석을 놓고 조그마한 원불을 모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일정한 장소와 시간이 마련되면 기도의 효과는 더욱 개선이 됩니다.

세 번째로 가능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도반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하는 기도는 그만큼 나태심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절에 나가서 함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100일이란 긴 시간입니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어떤 경우에는 삼일도 약속을 지키기 힘듭니다. 그때 필요한 것을 자신을 격려하고 채찍질해줄 도반입니다. 도반들과 함께 일정한 날을 정해서 사찰을 찾아 스님을 찾아뵙고 기도를 하면 100일 기도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네 번째로 기도를 하다 보면 반드시 마장(魔障)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합니다. 꼭 기도를 해야 할 시간에 중요한 약속들이 잡히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기도를 시작하면서 한 나와의 약속, 혹은 부처님과의 약속보다 더 중요한 약속이 무엇이 있는지 잘 헤아려서 기도 정진을 해야 합니다.

수능 백일기도를 하는 분들은 기도를 통해 큰 장애 없이 아이들의 노력만큼 만족한 결과가 나오길 기원할 것입니다. 노력은 하지 않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으로 기도를 하면 그건 벌써 어긋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비우는 수행이라고 합니다. 기도를 통해 마음을 비우면 내가 그토록 놓지 못했던 애착과 집착에서 벗어 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항상 감사한 마음이 일어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법에서 미래는 지금 현재 내가 하는 행위의 결과이고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입니다. 즉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변화되고 심지어는 과거 또한 바뀝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내 자신이 바뀌고 주변이 달라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