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동5·18기념성당에 부임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많이 했던 일은 장례였습니다. 사제가 되어 그동안 치른 장례보다 지난 1년 동안 치른 장례가 더 많은 듯합니다.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제가 부임하고부터는 왠지 모르게 더 많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저를 ‘장례전문 신부’(?)라 부르기도 합니다. 신자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니 기뻐해야 할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으니 슬퍼해야 할지….

장례를 치르다 보면 고인(故人)에 대한 물음이 떠오릅니다. ‘이분은 어떻게 살았을까? 자신에게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삶의 마지막은 행복했을까?’

수십 건의 장례식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례가 몇 번 있었습니다. 한 분은 대세(병이 위중할 때 받는 세례)를 받은 남성 신자 분이었습니다. 병원에선 이미 호스피스병원을 알려 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뜻밖의 선한 미소를 보고 내심 놀랐습니다. 죽음을 담담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마음을 무엇이 이리도 평안하게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의 삶은 결코 평탄치는 않았으나 선한 삶을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분은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참 잘 대하고 살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 분은 몇 년간 희귀병을 앓고 있던 젊은 여성 신자였습니다.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주위에서도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몸이 좀 더 회복되면 치킨과 맥주를 먹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중환자실로 갔고 나는 환자를 위한 마지막 기도(병자성사)를 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수년간의 병원 생활로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고통을 이기려 애쓴 시간들이 자신은 물론 함께 소통했던 모든 이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족들에겐 화목과 일치를 일깨워 주었고, 모두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위하고 희망을 주고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사람은 관계의 동물입니다. 나와 나 자신, 나와 너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사람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가끔 거울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야, 그놈 멋있는데. 참 잘 생겼어.’ 마음이 울적할 때는 ‘야, 너 괜찮아? 얼굴이 안 좋네. 힘내. 잊어버려.’ 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는 ‘아, 그랬어요? 미안합니다. 수고했어요. 당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더욱 깊게 하고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저 자신의 나약함과 미숙함으로 인한 결점들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늘 노력할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관계는 결국 말로 매개 된다’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기를 권고합니다.

“May I∼(∼해도 될까요?). Thank you(감사합니다). I am sorry(미안합니다).”

배려와 감사 그리고 용서는 인간관계를 잘 하기위한 소통의 지름길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남북의 극한 대치 속에 고위급 회담에서 극적인 타결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소통은 인간을 소외로부터 극복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고,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 다가서야 합니다. 6개의 항에 합의했다고 그 안에 진정성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상했을 뿐입니다. 소외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지 않은 맘으로 소통하려는 불순한 마음은 아닌가요? 진정한 소통을 위한 것인가요? 불완전한 소통입니다. 일치를 위한 그 첫걸음이겠지요. 서로 실천하며 마음의 문을 열고 순수한 마음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나와 너를 살리는 말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