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척 많은 장례식을 집전해야 했었다. 목회 30년 만에 하루에 세 건의 장례를 집전해야 했던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장례식장을 방문할 때마다 고인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일가친척, 친구들이 앞 다투어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그 사람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습니다. 고인은 평생을 이렇게 살아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대개 둘 중의 하나다. 지극히 평범한 가운데서도 인생의 가치를 다하며 아주 성공적으로 살아온 사람과 별로 그렇지 못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 중에는 모든 이들에게 큰 안타까움으로 얘기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드러내 놓고 말은 못하지만 은연중 일찍 가버려 시원하다고 얘기되는 그런 사람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제법 많은 것을 이룬 듯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비난받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별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삶은 아니었지만 모든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교회에 충성되고 그 믿음을 잘 지켜 하나님 나라에 갔음이 확신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그 사실에 대해 별로 확신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와 같은 수많은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 한 가지 일이 있었다. 내가 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게 되겠는가 하는 문제였다. 나는 정말 모든 사람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첫째, 나는 무엇보다 하나님께 충성한 사람이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모든 것은 이 땅에 속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죽은 사람에게 재산이 많고, 권세가 많고, 학식이 많고, 지위가 높았던 일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하나님께 충성한 사람, 그들은 천국에서 영원한 상급과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무엇보다 하나님께 충성한 사람이었다고 인정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둘째, 기왕에 목사가 된 바에야 모든 성도들에게 좋은 목사였다고 인정받는 사람,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간 후에 사람들마다, “김목사님이 계셨더라면… 김목사님이 지금 우리에게 말씀을 주신다면…”그런 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기억되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살아놓아야 비로소 성공적으로 산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아쉬워하는 사람 한 사람 없고, 함께 울어줄 사람 한 사람도 없다면 더더군다나 ‘진즉 떠났어야 할 사람이 이제야’라고 말해진다면, 그 비참함이란…

셋째, 내 부모님께, 내 아내에게, 내 자녀들에게, 내 형제들에게,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형, 좋은 오라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목회에 매달려 있다 보니 가정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때가 너무도 많다. 항상 아쉽다. 그러나 수많은 죽음을 대하면서 생각해 본다. 죽음 후에 모든 걸 아쉬워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직 지금만이 나의 시간인 것을….

바쁘게 살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반드시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무엇에 대해 바쁘고 무엇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가치 있는 삶을 살 수가 있다. 꼭 기억하라. 오직 지금만이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이웃,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것을…. 그리고 그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