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섭수(攝受)라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받아들이세요’ 쯤 될 것입니다. 섭(攝) 자를 풀이해 보면 손 수(手)변에 귀(耳)자가 세 개나 들어있습니다. 사람의 귀는 두 개인데 왜 세 개가 있을까요? 그만큼 잘 들으라는 뜻도 있겠지만 나머지 하나는 마음으로 들으라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두 귀로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러나 마음의 귀로 들으면 이해 하지 못할 말이 없습니다. 손 수(手)가 앞에 있는 것은 귀에 손을 대고 자세히 듣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세히 들으면 받아 들일 수 있는 마음의 폭이 커집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으로 꽉 차 있습니다. 항상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똑같은 말도 각자가 다르게 받아들여서 쉽게 오해하고 상처받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섭수 수행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행입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행입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도 사람들은 자기의 관점에서 분별하고 판단합니다. 머리를 떼어놓으세요. 분별을 일으키는 머리로 판단을 하면 절대 섭수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세 번째 귀인 마음으로 들어서 가슴으로 그대로 받아들이면 섭수가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슴에 한이 맺힌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원치 않는 상황에 가슴이 답답하고 화병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슴앓이를 하는 것은 우리들의 가슴이 미워하는 감각을 가장 잘 느끼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왠지 미운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서 받은 스트레스가 몸 어디선가 뭉쳐서 생활하기 힘들게 합니다. 섭수의 受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감정에 집착하거나 모른 척 외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억지로 떼어내려 하면 오히려 더 달라붙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받아들여서 드러내보면 원인에 조건이 붙어서 하나의 허상으로 일시적으로 생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인과 조건을 풀어 헤치면 에너지가 본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고 또한 어떤 식으로 생겨났는지 여실하게 보면 본래 없었던 것임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작용을 하는 곳이 바로 가슴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옳고 그름, 길고 짧음 같은 비교를 합니다. 괜한 과거를 꺼내서 좋은 것은 탐착하고 나쁜 것은 밀어내기도 합니다. 과거와 미래 속에서 사는 사람은 머리로 생을 사는 사람입니다. 가슴으로 살아보면 실시간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슴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항상 현재에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수행법이 사섭법이 있습니다.

보시(布施) -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물질이든 정신이든 항상 베풀려는 마음이 생갑니다. 애어(愛語) - 사랑의 에너지가 나오는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말로 긍정적인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행(利行) - 나만이 아니라 타인이 편안하고 나의 도움으로 마음이 유쾌해지는 행동을 합니다. 동사(同事) - 보시, 애어, 이행을 하면서 구별하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사섭법을 수행을 하는 사람은 섭수,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충만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