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남동5·18기념성당 주임신부] 내 인생의 동반자는 ( )이다
2015년 09월 25일(금) 00:00 가가
내 인생의 동반자는 ( )이다. 여러분은 괄호 안에 어떤 말을 넣고 싶습니까?
가끔 신자들에게 “저에게도 동반자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아! 예수님 말씀하시는구나”하며 정답을 맞힌 학생의 표정을 짓습니다.
“물론 예수님과 더불어 살고 있지요. 그런데 예수님 말고도 또 동반자가 있습니다. 동반자가 없다면 외로워서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신부님은 아내도 없고 가정도 꾸리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동반자가 있으세요?” 하며 눈이 휘둥그레지며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않습니다.
사실 신부는 가정이 없습니다. 혈육의 가정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밉니다. 하느님과 한 가족 말입니다. 하느님과 예수님, 다른 신부들, 신자들과 부모 형제의 연을 맺고 세상과는 다른 가족구성으로 살아갑니다. 그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저에게 가족이 될 수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를 믿지는 않지만 선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제겐 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20세기에 위대한 신학자 칼 라너 신부는 그런 사람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했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형제요 자매요 누이로서 동반자입니다.
얼마 전, 지역의 신부님들과 연수차 흑산도에 갔습니다. 둘째 날 홍도관광이 계획되어 모두에게 “표는 끊었으니 10분 전까지 신분증을 지참하고 선착장으로 오세요” 라고 공지를 했는데 막상 선착장에 모이고 보니, 아뿔싸! 정작 나 자신이 신분증을 깜빡한 겁니다. “미안합니다. 방에 다녀와야겠습니다”하며 냅다 뛰었습니다. 얼마나 창피하고 미안했는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어서 다녀오세요”라며 받아주었습니다.
광주에서는 꽤 오래된 유명한 복요리집이 있습니다. 점심때면 가끔 신자들과 가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은 친절합니다. 특히 연세 지긋하신 대표 주방장님은 식당에 들어서면 경쾌한 목소리로 반기십니다. “어서 옵쇼” 또 식사 중간에 방문을 열고 꼭 한마디를 잊지 않으십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면 저는 “네, 맛있습니다. 고맙습니다”하며 답합니다. 정말 정겨운 순간입니다.
어느 날, 나이는 좀 들어 보이는데 허름한 옷을 입고 다 헤진 가방을 메고 찾아온 여인이 있었습니다. 사연인즉, 묵을 곳이 없어서 여관방이라도 얻어 지내려 하니 돈 10만원만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너무 선한 인상이었고 짐짓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돈을 쥐어주고 그 여인의 앞날이 좀 더 평안하기를 빌어주었습니다.
며칠 전, 이장호 영화감독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이 다 됐을 때,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딸과 며느리가 어머님의 병세가 위독하니 지금 병원을 함께 가주십사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성당 신자도 아닌데, 알지도 못하는데’하며 머뭇거리는데,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가 지금 꼭 신부님을 모셔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따라 나섰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숨 쉬는 것이 너무 힘들어 몸부림치는 할머니는 내 손을 꽉 움켜잡았습니다. “많이 힘드세요? 제가 왔으니 이제 안심하시고 평안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게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도(병자성사)와 안수를 해드린 내 손을 꼭 붙잡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평안하게 갈 수 있게 됐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나는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그분 머리에 손을 얹어 평화로이 이 세상을 떠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뛰다시피 해서 이장호 감독과의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좀 늦었노라고 자초지종을 말하고 몇 번 만났던 사람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 할 것 없이 서로 즐겁고 유쾌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장호 감독은 고인이 된 최인호 작가와 친구로 오랜 우정을 쌓고 살아온 이야기, 당신이 7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삶이 참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듯 나의 삶에는 나의 결점과 허점마저도 눈감아주는 사람들, 정다운 말씨와 마음 씀씀이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사람, 그리고 때론 내 마음에 짠한 정을 일으키도록 하는 사람, 나의 간절한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 즐겁고 유쾌한 만남을 통해 내가 성장하도록 해 준 사람 등, 내 삶에 동반자가 되어주신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만남이 있습니다. 어떤 만남이든지 나는 소중한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처음에 했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내 인생의 동반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가끔 신자들에게 “저에게도 동반자가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 “아! 예수님 말씀하시는구나”하며 정답을 맞힌 학생의 표정을 짓습니다.
“물론 예수님과 더불어 살고 있지요. 그런데 예수님 말고도 또 동반자가 있습니다. 동반자가 없다면 외로워서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사실 신부는 가정이 없습니다. 혈육의 가정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밉니다. 하느님과 한 가족 말입니다. 하느님과 예수님, 다른 신부들, 신자들과 부모 형제의 연을 맺고 세상과는 다른 가족구성으로 살아갑니다. 그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저에게 가족이 될 수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를 믿지는 않지만 선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역시 제겐 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20세기에 위대한 신학자 칼 라너 신부는 그런 사람들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고 했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얼마 전, 지역의 신부님들과 연수차 흑산도에 갔습니다. 둘째 날 홍도관광이 계획되어 모두에게 “표는 끊었으니 10분 전까지 신분증을 지참하고 선착장으로 오세요” 라고 공지를 했는데 막상 선착장에 모이고 보니, 아뿔싸! 정작 나 자신이 신분증을 깜빡한 겁니다. “미안합니다. 방에 다녀와야겠습니다”하며 냅다 뛰었습니다. 얼마나 창피하고 미안했는지 몸 둘 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어서 다녀오세요”라며 받아주었습니다.
어느 날, 나이는 좀 들어 보이는데 허름한 옷을 입고 다 헤진 가방을 메고 찾아온 여인이 있었습니다. 사연인즉, 묵을 곳이 없어서 여관방이라도 얻어 지내려 하니 돈 10만원만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너무 선한 인상이었고 짐짓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돈을 쥐어주고 그 여인의 앞날이 좀 더 평안하기를 빌어주었습니다.
며칠 전, 이장호 영화감독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이 다 됐을 때,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딸과 며느리가 어머님의 병세가 위독하니 지금 병원을 함께 가주십사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성당 신자도 아닌데, 알지도 못하는데’하며 머뭇거리는데,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가 지금 꼭 신부님을 모셔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따라 나섰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숨 쉬는 것이 너무 힘들어 몸부림치는 할머니는 내 손을 꽉 움켜잡았습니다. “많이 힘드세요? 제가 왔으니 이제 안심하시고 평안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게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도(병자성사)와 안수를 해드린 내 손을 꼭 붙잡고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평안하게 갈 수 있게 됐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나는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그분 머리에 손을 얹어 평화로이 이 세상을 떠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뛰다시피 해서 이장호 감독과의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좀 늦었노라고 자초지종을 말하고 몇 번 만났던 사람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 할 것 없이 서로 즐겁고 유쾌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장호 감독은 고인이 된 최인호 작가와 친구로 오랜 우정을 쌓고 살아온 이야기, 당신이 70여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니 삶이 참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듯 나의 삶에는 나의 결점과 허점마저도 눈감아주는 사람들, 정다운 말씨와 마음 씀씀이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사람, 그리고 때론 내 마음에 짠한 정을 일으키도록 하는 사람, 나의 간절한 기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 즐겁고 유쾌한 만남을 통해 내가 성장하도록 해 준 사람 등, 내 삶에 동반자가 되어주신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만남이 있습니다. 어떤 만남이든지 나는 소중한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처음에 했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내 인생의 동반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