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대학 동창인 그는 동수원교당에 근무한 지 11년이 됐지만 교당은 아직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동안 교당 발전을 위해 비전 선포식도 하고 한푼 두푼 정재(淨財)를 모아 상가건물을 구입해 교당도 늘렸습니다. 그런 그가 몇 달 전에는 교도들과 책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를 할까 한다고 하길래 그냥 지인들에게 한 권씩 나누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출판기념식에 김종완 문학평론가이며 격월간 ‘에세이스트’ 발행인이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많은 책을 만들어 봤겠지만 그는 ‘더 좋은 사람되기’ 책을 엮으면서 정말 감동했다고 했습니다.

문학평론가이기 때문에 글을 읽고 책을 내고 평론을 하는 것 등은 있는 사물을 추상화하고 형이상학화 하는데도 도사인데 원불교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초월적 존재를 현재 지금에 끌어내려 나를 변화시키는 도구로 삼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부처를 관념이나 초월적 존재로 우상화하지 않고 바로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는 엄혹한 명령을 하고 있다며 처처(곳곳이) 불상(부처) 사사(일마다) 불공을 말했습니다.

동수원교당에서는 대체로 30∼40대 젊은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법회를 봅니다.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재롱을 부리는데도 아이들이 부처고 남편이 부처고 아내가 부처며 이웃이 부처이기에 지금 이 순간의 인연 모두가 부처의 화신이므로 달라져야 하는 사람은 자신일 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부처를 부처로 보지 못하는 나를 갈고 닦아 천여래 만보살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니 바로 이 마음 열림이 개벽 아닌가 눈을 뜨면 정토라 했습니다. 이 책은 그들이 부처를 발견하고 모셔가는 구체적 수행정진 기록인데 읽어 보면 너무 쉬워서 또한 충격이라고 했습니다.

“밖에서 돌아와 보니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아들이 나름대로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 제 방 책상이며 옷장의 배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순간 나는 유무념 조목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방에 가구가 이게 머야? 왜 이렇게 어질러 놨어, 엉? ’ 아들은 제 나름대로 가구 위치를 바꿔서 무언가 새롭게 변화를 주고 싶었을 것이고 딴에는 엄마에게 칭찬을 받으리라고 기대를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엄마가 다짜고짜 화를 내니 아들도 화가나서 소리를 같이 질렀다. “엄마가 공부하냐구!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쓰지 말라구!” 화가 난 아들은 밥도 안 먹고 학원에 가 버렸다. 나는 가만히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맞아 나의 유무념으로 우리 아들 편이 돼서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자고 정해놓고 또 실천이 안됐구나, 금세 잊어버린 것이다. 가구 배치가 좀 달라졌다고 화를 내고 말았으니 이를 어쩐다. 아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실천력 없는 내가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날 저녁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엄마가 아들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들도 어느새 마음이 풀어져 있었다.”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나의 주장을 내려놓고 다시 저편에서 생각해 보는 마음에서 우린 마음공부의 기본을 봅니다. ‘더 좋은 사람되기’ 이 책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부처가 되고자 정해놓은 조목들을 실천하면 유념, 그렇지 않으면 무념으로 정해 그 사례를 아주 처절하고도 실감나게 엮은 44인의 유무념 마음공부 이야기입니다. 종교를 신앙하는 이유도,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도 우리의 근본 마음(영성)을 보고 양심에 비추어 참되고 바르게 살기 위함입니다. 순간의 화남을 참고 마음거울에 나를 비춰보며 하나하나 업장을 소멸해 간다면 그것이 견성이고 성불일 것입니다.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버킷리스트 같이 실천 조목들을 만들어 하나하나 점검해 간다면 분명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