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추석절 업태별 매출 증가율이 편의점 52.3%, 온라인 14.2%, 아웃렛 13.8%, 농축산물전문매장 11.4%,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각각 10.9%, 6.7%나 성장했다고 한다.

소비불황과 김영란법의 선제적 영향으로 인한 부진을 걱정하던 예상이 빗나가 다행스런 일이지만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시장에서의 활력이 아직은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다.

가장 매출증가율이 높았던 편의점의 상품은 대부분 소포장에 도시락, 김밥, 담배 등 개별소비재 취급비중이 높다. 1∼2인 가구증가에 따른 소비구조 변화와 퇴직자들의 창업과 자영업자들의 전업으로 전체매장 수가 늘어나니 매출증가세는 당연히 높아진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보다 할인폭이 큰 온라인과 아웃렛의 성장세가 큰 것은 지갑을 열되, 필요한 것만 사고 마는 알뜰소비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계의 부진한 소비를 그나마 메워준 것은 법인고객들로 한가위소비에 적극 동참하여 성장률을 끌어 올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년동기 매출액이 적었으니 성장률이 높게 나왔다는 통계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할 점이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여파로 인한 소비부진과 더불어 사회전체가 암울한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어찌됐든 모처럼 들려오는 내수진작에 대한 기대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김영란법과 같은 비합리적 규제를 보완해나가야 한다. 제출당시부터 과도한 입법으로 논란이 되었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공무원이 직무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부패를 없애자는데 누군들 이의를 달 수 없겠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규제범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시행일이 1년 남짓 남아있지만 유통업체에는 이번 추석에도 법 적용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곤 했다.

농진청의 자료에 의하면 평시에 대비하여 명절기간 중 한우는 471%, 배 886.8%, 전통주는 963.4% 소비가 증가하는데 법 시행령의 선물한도액을 5만원으로 정하면 그동안 명절선물로 이용되던 농수축산물은 선물할 곳도 소비할 곳도 없는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지켜야할 행동기준을 규정한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축의금이 3만원까지인데 실제 그 규정을 지키는 공무원들이 몇이나 될지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현실을 반영해 김영란법 시행령의 선물한도액을 정하되, 그보다 선물가격이 높다면 소속기관의 선물반송센터에 신고하거나 별도 대장을 작성하여 양로원이나 공익단체에 기부하게 하는 보완방법도 있을 것이다.

다소 번거로울 수도 있고 초기 이용률이 높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택배를 보내고 받을 때 선물가격대를 명시하거나 실물이 받는 이에게 도착하기 전 미리 고지하는 방안 등을 보완한다면 명절이나 기념일 등의 농수축산물 소비는 줄지 않게 하되 부정부패를 없애자는 명분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정을 뿌리뽑자는 것이지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어렵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단 농수축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이제 겨우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내수와 경제활성화에 찬물을 끼엊는 규제가 되지 않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