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초당 가는 길 소나무 사이로 앙상한 나무들이 빨간 잎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입니다. 남도의 가을색은 화려하기보다는 쓸쓸합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몸 속의 수분을 줄이는 나무들의 몸부림처럼 애절하기도 합니다.

음력 10월 보름은 전국의 사찰들이 동안거 입재를 하는 날입니다. 전국의 100여개 선원에서 2000여명의 스님들이 동안거 동안 집중수행을 하고 일반 사찰에서는 이때부터 동안거 백일기도를 시작합니다. 추운 겨울 한철을 수행과 정진을 벗으로 삼아 내면을 다지는 겨울안거입니다.

1년에 두 번 하안거 동안거 집중수행은 부처님께서 실존하셨을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부처님이 인도에서 설법을 하시며 유행하실 때 인도에서는 비가 석 달 내내 내리는 우기가 있었습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니며 수행하는 스님들에겐 우기철은 큰 곤욕이었습니다. 또한 탁발을 하러 가다 땅에 기어다니는 곤충들을 밟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제자들이 비가 내리는 동안은 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 머물면서 집중수행을 하자며 부처님께 건의를 하게 됐습니다. 그 의견이 받아들여져 하안거 동안거 일년에 두 번씩 집중수행하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와 스님들도 안거중에 돌아다니는 것을 가급적이면 삼가고 사찰에서 수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스님들처럼 한곳에 머물며 집중수행을 하지 못하는 재가자들은 주변 사찰에서 함께 100일 기도를 하면서 수행을 합니다.

화엄사상에 보면 1∼10까지를 원만수라고 합니다. 10의 10배인 100은 그래서 원만하고도 원만한 수로 존중받았습니다. 또한 100일 기도는 우리 민족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단군신화를 보면 우리 민족의 시조모인 웅녀가 100일간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먹고 햇빛을 보지 않고 기도를 해서 사람으로 변해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마을에서도 애들이 태어나서 백일이 되면 잔치를 합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태어나서 100일을 채운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또 100이라는 것은 많은 숫자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 많은 나날 동안 기도를 일심으로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동안거 기도를 시작하는 날은 입재라고 하고 백일기도가 끝나는 날은 회향한다고 합니다.

회향이란 백일기도가 끝나는 날 자신이 닦은 공덕을 다른 중생들에게 베푼다는 의미입니다.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願以此功德 普及於一切 我等與衆生 同見無量數 皆共成佛道)’. 원하옵건데 이 모든 공덕이 모든 중생들에게 골고루 미치어 저와 함께 다른 모두 중생들도 모두 다 성불하기를 바라옵니다. 묘법연화경에서 나오는 회향게송처럼 동안거 기도가 모든 중생들에게 아름답게 회향되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