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이 한국에서 빅 히트를 친 이유는 무엇보다 인턴이라는 직종에 대한 애환과 훌륭한 멘토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턴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뿐만 아니라 인생 이모작을 시작해야 하는 시니어에게도 사연이 많은 용어이다. 이 영화는 시니어 인턴을 생각하는 ‘꼰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이 판치는 낯선 조직에 적응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부사장까지 지낸, 연륜과 경륜을 겸비한 70세 노인이 “난 그저 내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어요”라며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다. 열정 많은 30세 여사장이 버티고 있는 회사에 입사해 시종일관 차분하고 예의바르게 근무하면서 어떻게 하면 꼰대가 아닌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는 영화다.

눈여겨 볼 점은 잘 알고 있는 것도 먼저 충고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면 간결하게 거들어 스스로 깨우치도록 한다. 부사장까지 지냈지만 인턴 사원으로서 본분을 잘 지킨다. 하찮은 일이라도 주어진 일은 늘 성실하게 처리를 한다.

덧붙여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한다. 억지로 젊은 스타일을 흉내 내려 애쓰지 않는다. 자신이 근무했던 방식으로 서류 가방을 들고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날로그’ 적인 요소가 필요할 때가 있다. 자신을 적절하게 포지셔닝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꼰대와 멘토는 조그만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중에 떠도는 ‘꼰대와 멘토’에 관한 유머 한 토막이 그 차이를 잘 보여준다. 둘 다 충고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 멘토는 남이 요청하면 충고를 해주지만 꼰대는 자기 마음대로 충고를 한다. 둘째, 멘토는 미래를 말하지만 꼰대는 과거만 떠벌린다. 셋째, 멘토는 자신의 실패 사례도 소개하지만 꼰대는 “내가 왕년에는∼”이라며 자신의 성공 신화만을 말한다.

‘꼰대’의 어원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요즘은 어른이나 선생님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관과 비합리적인 독설만 늘어놓는 어른들을 가리켜 ‘꼰대’라고 부른다. 때로는 젊은 사람이라도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꼰대’라고 부른다. 또 꼰대 짓을 하는 사람의 행동과 사고를 ’꼰대리즘’이라고도 표현한다.

꼰대의 가장 큰 착각은 자신을 멘토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문정희의 시 ‘말 많은 노학자’는 꼰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오랜만에 산에서 내려온 노학자는/몹쓸 병에 걸린 것 같다/나이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열라고 하던데/그는 끝도 없이 입만 열었다/아는 것이 많으니 할 말도 많다’

60대를 훨씬 넘긴 나이임에도 왕성한 활동을 있는 한 선배는 이런 얘기를 한다. 최근 6개월 내에 새로운 것을 배운 것이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오래된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나이 들어 꼰대가 되기 싫다면서도 꼰대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안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 ‘멘토톡’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상담하기 위해 찾아오는 학생이 꽤 있다. 사실 고마운 일이다. 내가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니까 말이다. 대학에 있는 즐거움이기도 한다. 사실 ‘멘토’는 못되더라도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늘 걱정스럽다. 아는 것이 많다고, 할 말이 많다고, 멘토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