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남동 5·18기념성당 주임신부]난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2015년 11월 20일(금) 00:00 가가
낙엽이 지는 쓸쓸한 이 가을에, 가로수 노란 은행잎이 길거리를 아름답게 수놓듯 내 마음도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연탄난로가 피어있는 교실처럼 훈훈하고, 난로 위의 도시락처럼 따뜻하고 넉넉합니다. 세상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난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지난 8월 어느 날, 한 신자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받았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으니 감사하다며 신부님이 알아서 좋은 일에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정도 넉넉하지 않으니 가정을 위해 써도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분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받아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그 돈으로 장애인 시설 몇 군데 쌀을 기부했습니다. 그런데 좋은 일은 다시 좋은 일을 불러오나 봅니다. 그 곳에서 뜻밖에 무척 반가운 이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시설에 배달을 갔는데 봉사자 자매님의 “김영철 신부님 오셨다” 라는 그 한마디에 다들 2층에서 뛰어내려왔습니다. 아! 그런데 모두 아는 얼굴들,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그들도 한눈에 나를 알아보았습니다. 아니 한 목소리에 나를 알아보았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겁니다.
서로 나를 만지려 들고 서로 먼저 말을 걸려 하며 즐거운 소동, 행복한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시각장애인입니다. 16년 만에 그들을 다시 만난 것입니다. 당시 나보다 젊었던 친구는 이제 나이가 들어 중년의 모습이 됐고, 나이가 좀 들었던 사람들은 장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때의 그 정이 그대로 남아있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난 그들에게 한번 찾아오마하고 약속을 했습니다. 함께 밥도 먹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눌 작정입니다.
내가 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광주가톨릭대학교 부제(사제를 돕는 성직자) 때였습니다. 성직자로서 당시 맹인선교회(현재는 시각장애인선교회) 레지오팀(기도 단체)의 훈화와 강복(축복)을 일주일에 한번 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 인연은 사제가 돼서도 1년간 계속됐습니다. 봉사자들과 몇몇 시설에서 오는 시각장애인들은 늘 즐겁고 기쁘게 생활했습니다. 장애의 고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늘 밝게 웃으며 사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누군가 벽에 ‘꿍’ 하고 부딪칠 때 “이 양반이 눈에 뵈는 게 없나보네. 똑바로 가지” 하면 “아, 내가 봉사잖아요”하고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진 분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장애를 원망하기보단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신앙인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아마도 그들은, 그들과 함께하며 위로하는 사람들의 자비로운 마음의 눈을 바라보며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그들이 육신의 눈이 멀어 앞은 보지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마음 속 눈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들의 마음은 잃은 자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고통을 겪는 인간은 무엇으로 살까요? 아마도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위로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은 고통스런 상황과 이유와 목적에 대해 묻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많습니다. 사람은 평소에 소중함을 몰랐다가 어떤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 비록 작으나마 육신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거대한 것이라도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은 내 안에 들어옵니다. 달과 수많은 별들이, 감사하면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이 끊임없이 내게 선물로 주어집니다. 그런데도 정작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가정도 어려운 가운데 감사의 정으로 가진 것을 기꺼이 내놓은 신자와 오랜 세월 만나지 못해 잊을 만도 한데 그렇게 기쁘게 맞아주고 환대해준 시각장애인 친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감사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나누는 삶이 무엇인지,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 받아들이는 것이 어떠해야하는지를 알고 다시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밝은 빛에 마음을 열어라. 그러면 영혼이 살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보는 것을 닮아간다고 했습니다. 선한 것을 보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 되고 나쁜 것을 보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마음의)눈’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선한 것과 악한 것, 우리를 품위 있게 만드는 것과 억압하는 것, 우리를 발전시키는 것과 파괴하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아침에 눈뜨면 밝은 태양 빛에 감사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고 싶습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
지난 8월 어느 날, 한 신자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받았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으니 감사하다며 신부님이 알아서 좋은 일에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정도 넉넉하지 않으니 가정을 위해 써도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분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받아뒀습니다.
누군가 벽에 ‘꿍’ 하고 부딪칠 때 “이 양반이 눈에 뵈는 게 없나보네. 똑바로 가지” 하면 “아, 내가 봉사잖아요”하고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진 분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장애를 원망하기보단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신앙인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아마도 그들은, 그들과 함께하며 위로하는 사람들의 자비로운 마음의 눈을 바라보며 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비록 그들이 육신의 눈이 멀어 앞은 보지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마음 속 눈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그들의 마음은 잃은 자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고통을 겪는 인간은 무엇으로 살까요? 아마도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위로하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사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은 고통스런 상황과 이유와 목적에 대해 묻습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많습니다. 사람은 평소에 소중함을 몰랐다가 어떤 것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 비록 작으나마 육신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거대한 것이라도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은 내 안에 들어옵니다. 달과 수많은 별들이, 감사하면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이 끊임없이 내게 선물로 주어집니다. 그런데도 정작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가정도 어려운 가운데 감사의 정으로 가진 것을 기꺼이 내놓은 신자와 오랜 세월 만나지 못해 잊을 만도 한데 그렇게 기쁘게 맞아주고 환대해준 시각장애인 친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왜냐하면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감사하며 사는 것이 무엇인지, 나누는 삶이 무엇인지,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들 받아들이는 것이 어떠해야하는지를 알고 다시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밝은 빛에 마음을 열어라. 그러면 영혼이 살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보는 것을 닮아간다고 했습니다. 선한 것을 보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 되고 나쁜 것을 보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된다고 했습니다. ‘(마음의)눈’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선한 것과 악한 것, 우리를 품위 있게 만드는 것과 억압하는 것, 우리를 발전시키는 것과 파괴하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아침에 눈뜨면 밝은 태양 빛에 감사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고 싶습니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