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외달도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지난 25일 오후 3시 목포에서 뱃길로 30분 거리에 있는 외달도 한옥 민박집에서 건반의 경쾌한 반주소리와 함께 가냘픈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내 최초 섬립 합창단인 목포 ‘달달 합창단’이 오는 2일 첫 공식 무대를 앞두고 목청을 돋웠다. 10분 정도도 서있기 힘든 70∼80대 어르신들이지만, 열정만큼은 프로 합창단 못지 않았다.

‘달달 합창단’이란 단명은 ‘사랑의 섬’으로 더 유명한 외달도의 상징을 살려 사랑은 ‘달달하다’는 뜻과 악보를 ‘달달 외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합창단원 중에서 악보를 처음 본 분이 대부분이고 일부 단원은 한글도 읽지 못하지만, 저마다 노래 실력만큼은 ‘외달도 최고’를 자신한다.

달달 합창단은 목포시가 ‘찾아가고 싶은 섬 가꾸기’사업으로 주민 화합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지난 9월 창단됐다.

외달도에 거주하는 20가구 중 18명이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2시간씩 서영기 목포시립합창단무장의 방문 지도를 받고 있다.

창단 초기에는 주민들 간 소통도 안 되고 참여 인원도 들쭉날쭉한데다가 변변한 연습장소마저 없어 삐걱대기도 했지만, 이제는 합창단이 인생의 전부인 듯 열정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반주를 위해 99만 원짜리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 마을 조영철 통장은 “예전에는 마음 사람들이 한데 모여 웃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합창단이 구성된 이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면서 “박자가 틀려도 웃고, 음정이 틀려도 웃고, 노래를 잘 불러도 웃고, 이웃과 함께 웃다 보니 노래에도 활력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합창단의 맏언니인 김금재(83) 할머니는 “(노래)부를 때 뿐 이랑께. 돌아서면 잊어 부러. 콩나물처럼 생긴 것(악보) 보다가 선생님 눈치보다가 눈과 입만 바쁘제. 민폐여. 그래도 재밌어”라며 활짝 웃었다.

지휘를 맡은 서 단무장은 “태어나서 합창이란 걸 처음 해보는 분들이다. 음표는 물론이고 한글을 모르는 분들도 계신다”면서 “그래도 들려드리고 불러보게 하고 동기를 부여했더니 생활의 소리가 화음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달달 합창단이 연습하는 곡은 ‘고향의 봄’, ‘섬집 아기’, ‘과수원 길’을 메들리로 만들어 개사한 ‘외달도의 노래’와 ‘꿈길에서’와 연가’를 모은 ‘가곡 모음곡’ 등 2곡이다.

이들의 첫 무대는 내달 2일 목포 신안비치호텔에서 열리는 ‘국제 녹색 섬 포럼’으로 잡혀 있다. 주민들은 첫 무대를 통해 섬립 합창단의 존재를 알리고, 이를 계기로 외달도 맞춤형 공연을 올려 사계절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내겠다는 큰 꿈에 부풀어 있다.

한편 목포시는 외달도가 행정자치부의 ‘찾아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주민 역량 강화 교육을 비롯한 섬 생태를 활용한 숲 생태학교, 마을공동 사업장인 다솜센터 등을 추진 중이다. 지난 7∼8월에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전문가들을 초빙해 ‘달달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목포=글·사진 고규석 기자 yous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