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구촌이 축제 분위기입니다. 교회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고 거리에는 종소리와 함께 자선냄비에 온정의 온도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원불교농성교당 교무와 교도들은 무진교회 성탄절 예배에 참석해 축하의 노래를 부른다니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이렇듯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시어 모두를 사랑으로 엮어 주신 거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씀도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참으로 범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조금만 마음에 서운함이 있어도 등 돌리고 쳐다보지 않는 인간 관계인데 어찌 원수까지 사랑하라 하셨는지. 또 성경에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라”고 하신 말씀도 인류를 구원할 성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저도 가슴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전생에 인욕 선인으로 수행을 하고 있을 때 입니다. 가리왕(kalinga)에게 낱낱이 신체가 찢기는 고통을 당할 때 하늘에서 제석천이 이 광경을 보고 내려와 가리왕을 벌주려 하니까 인욕선인은 “내가 아무 잡념 없이 참았으면 이 인욕은 옳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픈 것을 모질고 독한 마음으로 참았다면 그것은 나의 옳은 인욕이 아닙니다. 나의 오늘 이 인욕이 참된 인욕이었다면 이 폭군을 벌하지 마십시오.”라고 합니다. 금강경 14장 이상적멸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팔 다리가 잘려도 마음에 고통이 없었고 더욱이 내 몸을 이렇게 만든 가리왕에게 벌을 주지 말라고 하는 말씀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님도 초창기 영산 앞 바다를 막아 언답(堰畓)을 만들 때였습니다. 초기 간척을 시작할 때에는 마을 사람들이 그 일이 성사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야유하더니 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차차 언답이 조성되고 규모가 갖춰지자 마을 부호 한사람이 관계 당국에 간석지 개척원을 제출하여 소유권문제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그때 대종사님은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라 우리의 노력한 바가 저 사람의 소유가 된다 할지라도 우리의 양심에 부끄러울 것이 없으며 또 공중을 위하여 활동하기로 했으니 그 사람도 대중 가운데 한사람으로 이 빈궁한 해변 주민들에게 상당한 논이 생기게 됐으니 이 또한 대중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되지 않았는가” 하시며 제자들을 다독였습니다.

또 원불교 교도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 ‘일상수행의 요법’을 외웁니다. 그중 다섯 번째는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며 합장공경하고 그렇게 살겠노라 맹세를 합니다.

큰 그릇에 거울을 깔아 놓고 물을 채웁니다. 바람이 없을 때 그 거울을 들여다 보면 우리의 얼굴이며 대상이 낱낱이 다 비춰 보입니다. 성자들의 마음입니다. 비추어진 형상마저 그 거울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원수를 사랑할 수 있고 고통이 마음을 괴롭히지 않으며 1년이라는 수고로움으로 간석지를 개간하여 내 소유가 안 될지라도 그 마음에 원망이 남아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물에 빨간 물감을 한방울 떨어트리면 빨간색 거울이되고 파랑 노랑의 물감을 떨어트리면 그 물은 검은색이 되며 우리의 얼굴을 비춰 볼 수 없습니다. 무명으로 가려진 중생의 마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업으로부터 현재 안이비설신의 6근작용으로 우리 마음속에 쌓인 정보들은 우리의 마음을 검게 만듭니다. 거기에 탐심 진심 치심이 더해지면 내 밥 그릇만 차지하려는 아귀(餓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성자들의 마음을 닮으려는 신앙과 수행을 통해 검은색 마음을 하나하나 덜어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맑은 마음의 거울을 갖을 때 세상을 바르게 비출 수 있는 것입니다. 천년 묵은 동굴을 밝히는 데에는 천년이 걸리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의 등불 하나 켤 때 세상은 밝아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