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무상한 세월은 시간의 건반을 두드려 병신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떠오르는 해는 어제와 오늘이 새삼 다르지 않지만, 우리들 마음에는 그 강렬한 태양을 보며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난해의 답답했던 어둠이 사라지고, 밝은 세상이 되리라는 희망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들 생각은 늘 바람직한 소원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욕심과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제와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항상 내일을 보며 살기 때문에 오늘은 늘 욕심으로 가득합니다. 늘 욕구불만과 남보다 더 갖고 싶은 생각에 나보다 못가진자 와 나보다 어려운자를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늘 불만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 한해에도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지난해와 별개 다를 바가 없는 한해가 될 것 입니다.

올 병신년에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있어, 유독 정치권이 시끄럽고, 요란한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고통과 정신적 빈곤으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할 정치인들이 기득권 싸움에 빠져 더욱더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국민들 정서를 불안하게 하는 느낌도 듭니다.

옛 공자님의 말씀에 “군자는 화이부동, 소인은 동이불화(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논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자는 화합하면서도 같지 않고, 소인은 같음에도 화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군자의 마음은 타인과 더불어, 서로 화목하고, 조화롭되, 참된 자기의 본성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와 다른 ‘차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입니다.

반면 소인의 마음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고 했습니다. 뭔가 이익이 된다 싶으면, 떼지어 몰려가고, 시대흐름에 편승하려고 합니다.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당(黨)을 만들고, 패로 갈려 서로 헐뜯고 싸우며, 이해관계나 권력에 따라 이합집산하기 때문에 참된 자기본성에 어긋나더라도 이익을 쫓는다고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는 이유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이 옳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나라든, 어느 사회든 올바르게 가려면 다양성이 존재하여야 합니다. 그런 다양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리더의 역할도 아주 중요합니다.

정치도 어느 특정 지역의 여당, 야당의 독식 속에서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것보다는 여야가 조화가 되어 서로 상생하는 정치가 돼야 합니다. 마치 다양한 다른 악기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교향악단과 같고, 서로 다른 다양한 꽃과 나무가 모여 아름다운 산과 숲을 이루는 자연의 이치를 보여 주는 것과 같이, 우리사회도 이와 같이 ‘차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