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영어로 ‘Hospital’이라 부르며, 파생어인 ‘Hospitality’를 번역하면 ‘친절’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뜻의 의미는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친절한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기인한 것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병원은 일반 서비스 업종처럼 친절만으로는 방문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요즘은 정보화시대라 고객마다 의료정보를 충분히 접하고서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병을 스스로 판단해 의사에게 이런저런 진단과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도 있다. 전문가입장에서는 소신껏 진료에 임하는데 환자와 소통이 어려워진다.

40년이 넘게 의사생활을 해오면서 항상 위중한 환자를 대할 때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 ‘좋은 소리’보다는 ‘진솔한 소리’로 일관해 왔다. 이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못 미더워 다른 의사를 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 진솔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환자나 보호자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환자와 의사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몇 년 전 의과대학 교수를 정년 한 뒤, 많은 후학을 만나면 ‘소통’의 중요성을 습관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나의 과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대인관계에서 소통의 원활과 상호 존중을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영어로 ‘have to’와 ‘Please’의 차이에 대해 비교하고, 현대인의 바람직한 언어사용을 강조해 보고자 한다. ‘have to’는 ‘must’와 같은 의미이며, 우리말로 ‘∼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라는 언어적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이 단어에 몰입된 성격의 소유자는 상대방을 대할 때 항상 하인이나 종처럼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하며, 상대는 이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 본인이 매사에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그 느낌 때문에 짜증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두 사람간의 대인관계는 불만과 불평으로 얼룩지게 된다. 이에 반해 Please를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을 이렇게 해주시겠습니까?’라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바른 태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만약 당신이 ∼을 이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 이 얼마나 자신을 낮추면서 겸손하게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인가. 또한, 이를 받아들이는 대상이 기분 나쁠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대인관계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이로써 세상을 더욱 밝고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위의 두 표현의 차이는 너와 내가 둘 중에 누가 더 대접받아야 하는 지의 관점에 달려있다. 나보다는 상대방을 더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느 표현을 쓰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예전에 학교나 학원에서 영어회화를 배웠던 경험을 기억해보면 늘 Please가 강조됐던 것도 여기에서 연유했다고 생각한다.

암웨이의 공동 창업자인 리치 디보스도 요즘의 키워드인 서로의 소통에 있어 존경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 점이 결여되면 마음을 열지도 않고 필요한 정보도 나눌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워런비티는 상호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보다 느낌이 더 오래 기억된다고 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이 존경받고 있을 때 비로소 친근감을 느끼고 마음 문을 열기 시작한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 리더들의 평가에서는 ‘소통’의 부재라는 말들이 많이 나돌고 있다. 리더의 자리가 어려운 것은 남들이 다 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미래 예측 불가능한 것조차도 희망을 불어 넣어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이 선택해 선출한 리더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이 삭막한 사회적 현실에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답답한 현실을 책망하기보다는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말하는 습관과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